월드컵축구대회는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인의 축제다. 그리고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스포츠 세계대전’이다. 상업적 효과도 천문학적이어서 국가 브랜드를 걸고 4년마다 펼치는 대결전이다. 특히 오늘날 축구는 선수들의 현란한 움직임과 투혼에 감동을 받으면서 감독의 노력과 의지에까지 관심이 구체화됐다. 그래서 축구는 삶에 신선한 활력을 넣어주는 국민의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새벽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 조 편성 결과 대한민국이 유럽의 프랑스와 스위스, 아프리카의 토고와 함께 G조에 배정된 것은 당초 경계하여 마지 않았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면했기 때문에 전망을 밝게 해준다.
알려진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의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우승국이다. FIFA 랭킹 29위의 대한민국에는 사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 직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비록 2-3으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당시의 접전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투지를 새삼 환기시켰었다. 스위스와 토고는 FIFA 랭킹이 각각 36위, 56위로 대한민국보다 몇 수 아래로 짚인다. 게다가 스위스는 독일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14개 유럽팀 가운데 약체로 평가되고 있고, 토고는 월드컵 처녀진출국이다. G조가 이렇게 배정된 것은 대한민국의 16강 진입, 나아가 2002 월드컵에 못지 않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갖게 해 준다.
이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내년 6월 14일 새벽 4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터스타디움에서 토고와 1차전, 6월 19일 새벽 4시 라이프치히 젠트랄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2차전, 6월 23일 밤 11시 하노버 니더작센 스타디움에서 스위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됐다. 대한민국이 무난한 조에 편성되고 또 경기 일정이 비교적 좋은 것이 우선 안심이 된다. 월드컵에 처녀출전한 토고와 첫 경기를 치르는 것과 스위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게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역대 국제대회에서 첫 경기를 힘들게 치렀던 징크스가 있는 만큼 ,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는 토고와의 첫 경기를 갖게 된 것은 좋은 출발을 할 가능성을 높여 준다.
물론 낙관과 자만은 절대 금물이지만 불안한 출발보다는 심정적으로 훨씬 낫다. 그러나 월드컵 모든 조가 ‘죽음의 조’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행운의 조’는 없기 때문이다. 모두 치열한 예선을 거친 세계 각 지역의 강자들이다. 그들 역시 대한민국과 한 조에 편성된 것을 내심 반기지 않을 리 없다. 그들도 대한민국을 16강 진출의 제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마땅히 경계로 삼아야 한다.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조 배정 직후 “재미있는 조 추첨식이었다. 결과가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세 팀 중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프랑스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정보가 충분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안다. 토고에 대해서도 6개월 동안 철저히 분석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때 국민을 조금은 실망케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다시 일으켜 세운 명장이어서 믿음직스럽다. “누구든 덤벼라!”하는 호령이 한국축구의 앞날에 더욱 희망을 준다.
10일 새벽 조추첨 TV 생중계를 보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 모여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 회원 등 축구팬들의 열성과 같은 시간 전국에서 환호한 국민들의 축구사랑도 월드컵 정상을 향하여 가는 길에 청신호를 켜주었다.
월드컵은 흘린 땀 만큼의 결실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건강, 그리고 뛰어난 기량 연마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온 세계에 빛낼 한국축구의 영광을 위하여 국민적·국가적인 협조와 응원이 국내외에서 넘쳐나야 한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뜨거운 성원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파이팅!
/임 병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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