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어촌 학교 살리는 길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2009년까지 전국 농어촌 소규모 학교 1천976곳을 연차적으로 통·폐합하고 실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통·폐합기준으로 초·중등 공히 100명 이하 학교와 20명 이하 분교장 등이 대상이다. 덧붙여 초등학교의 경우 1면에 1곳이 남을 수 있도록 하고 도서·벽지는 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경제논리나 교육의 효율성 측면에선 맞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조금만 더 세심한 교육적 배려를 한다면 소규모 학교들을 아주 유용하게 보존하면서 농촌도 살리고 도시 학교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얼마든지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학교와 가정에서 실패, 성인이 된 후 사회에 온전히 기여하기 힘든 청소년들을 말하는 ‘위기의 청소년’이 170만명이란 결과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국의 중·고교생중 학업 중단 학생이 7만명, 가출 1만3천명 등이나 실제로는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응답자의 11.5%가 가출 경험이 있고 가출에 대한 질문에 71.9%가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들이 방치돼 비행의 길로 접어 든다면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추산된다. 국가적으로 건강한 사회지수에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인을 기르는데 있다. 그렇다면 비행의 길목에서 갈등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예방하고 교육시키는 것도 교육자들 몫이다. 요즘 장·단기 어학연수 붐이 일고 있는데 위탁 연수나 체험학습, 교환학습제도 등을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적용시켜 보자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문화혜택이 전무한 한적한 산골 학교에 2~3개월동안 위탁, 심리적으로 건강을 되찾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보다 더 교육적인 지름길이 있을까. 위탁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감안, 자치단체는 체험학습용 민박단지 혹은 공공성 있는 숙식시설 등을 조성, 노인 및 퇴직자들의 자원봉사를 활용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농촌도 살고 도시에서 정서·심리적으로 병든 학생을 치료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몸으로 체험하고 고즈넉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고 어떤 심리치료보다 특효약이 될 것이다. 아토피 피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선 유기농 마을에 2~3개월 이상 숙식시키면서 질병도 치료한다면 일석이조의 대안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운영프로그램 및 교육과정 등 모든 행정절차를 최대한 교장에게 부여해야 한다. 기존 학교와 예외적으로 교직원의 차등화된 인사 및 보수시스템을 갖춘다면 빠른 시간 내 성공신화를 창조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폐합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는 소규모 학교 지원사업으로 도비 100억원(50%), 시·군 60억원(30%), 도교육청 40억원(20%) 등 모두 2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교육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획기적인 국가적 아젠다(의제)를 유관 기관과의 협의 없이 추진한 교육인적자원부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교 현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시중의 루머에 의하면 전직 실세 장관 시절 추진하다 벽에 부딪친 통·폐합정책을 이제 와 갑자기 추진한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농·어촌의 교육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정책을 추진한 관료들의 근시안에 의해 낭비되는 혈세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민초들은 분통이 터질 따름이다.

/김 기 연 여주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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