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양을 다녀와서

광복 60주년을 맞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통일환경과 남북한 실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범국민적 통일의지 제고 및 남북통일 활동의 적극적 참여, 통일운동의 저변 확대의 기반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경기도 평통자문위원 187명과 함께 한 이번 방문은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출발하는 첫날 난생 처음 평양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잠에서 일찍 깨어 새벽 5시30분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평소 같으면 출근 준비에 바쁜 시간이다.

통일부 직원으로부터 비표와 방북증명서를 받은 뒤 남북한을 남측과 북측으로 부르고 이름을 부를 때도 선생이란 호칭을 사용하라는 원칙 등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북한방문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오전 10시10분 북측이 제공한 고려항공기에 탑승했다. 기내 안내원의 친절한 서비스와 밝은 표정에 긴장된 마음이 풀어졌다.

창 밖으로 경지정리가 잘 된 논과 밭, 공동주택 등이 한눈에 들어 왔다. 산은 소문대로 땔감으로 인해 나무들이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활주로를 따라 솜털같은 억새꽃이 우리를 반겼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양각도 국제호텔로 향했다. 활동하기에 알맞은 기온으로 창 밖에는 가로수가 잘 조성돼 있었고 들녘은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추수철을 실감하게 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김일성기념관을 시작으로 30만평에 이르는 수목원과 김일성종합대학, 용생탕, 모란봉,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을 돌아 봤다. 명소는 잘 정리됐으나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 등 고층건물은 외벽에 제대로 페인트도 칠해져 있지 않고 방호창도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청옥색의 오염되지 않은 대동강물은 하늘빛과 어우러진 한폭의 동양화 그 자체였다. 널찍한 도로와 오가는 차와 행인은 띄엄띄엄, 신호등은 없고 수신호로 대신하고 있었다.

도시를 지나 만경대에 도착했다. 김일성 생가로 알려진 만경대는 혁명사적관과 잘 정비된 잔디밭, 초가집, 자연숲으로 이뤄져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만경대를 뒤로 하고 호텔에 도착, 아리랑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5·1경기장으로 향했다. 땅거미가 진 거리는 어두운 채 주요 건물만이 불빛을 비추고 있었으며 가로등도 밤잠을 자고 있어 전기가 부족함을 말해줬다.

공연장에 들어 서니 동원된 6만여 명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정교하고 섬세한 카드섹션을 펼치고 문 네 면에 진달래꽃이 70송이씩 조각된 개선문을 보니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이 생각났다.

잘 정리된 평양의 거리와 낡은 건물, 불빛이 없는 캄캄한 거리, 김일성 주체사상만 강조하는 기념탑, 조형물, 웅장한 궁전 등 가는 곳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려 있어 김일성의 신적 우상화와 주체사상은 죽어서도 북측을 다스리는 위대한 수령으로 남아 있는듯 했다.

이번 방문으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통일의 역군으로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이 수 영 민주평통 의왕시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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