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활성화, 묘안 없는가

“힘겨웠지만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수십년을 장사하며 자식들을 가르쳤고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왔는데 언제부턴가 시내 곳곳에 중·대형 할인매장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재래시장은 마치 고래들 틈새에 낀 새우처럼 돼 버렸습니다”

오산시 중앙동 일대 재래시장 상인들은 해가 거듭되면서 가슴 밑바닥에 쌓인 답답함으로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수년 전 옛 화성군청이 남양동으로 옮겨간 자리에 롯데마트가 들어서더니 이번엔 대규모 아파트단지 한켠에 이마트가 연말 대목을 겨냥해 개점 준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반경 몇백m 안에 위치한 중형 할인매장 2~3곳을 감안하면 재래시장은 가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휩싸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각 자치단체들이 수십억원을 들여 통행로에 비가림 지붕과 공용주차장 등 편의시설들을 설치했지만 상당수 손님들이 저가, 청결, 휴식공간 등을 갖추고 손짓하는 중·대형 할인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써늘해지긴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의 위기를 의식한 남대성 시의원은 최근 제123회 임시회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대형 할인매장 입점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까지 던지고 나서는 등 간과할 수 없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점포 350여곳이 옹기종기 모인 중앙재래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014년부터 민속5일장(3·8일)으로 형성된 이래 인근 화성, 수원, 평택, 안성 등지에서 연간 40여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곳곳에서 옥신각신 흥정하는 불협화음(?)이 귓가를 스치고 사람 냄새와 정겨운 웃음꽃이 묻어 나는 재래시장을 꼭 예전처럼 북적대는 장터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지갑을 든 서민들이 아무때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묘안은 정말 요원한 것인지 모르겠다.

/조윤장기자 j60@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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