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2년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미국에선 느닷 없는 헌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슈워제네거에게 미국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당시의 ‘터미네이터’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특별선거가 실시됐다. 주지사인 슈워제네거가 발의한 8개 법안에 대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선거였다. 결과는 주지사 발의안 8개 법안이 모두 부결됐다. 필자도 이 특별선거에 관심이 있어 당일 개표상황을 뉴스로 지켜보면서 “8개 법안중 과연 몇개나 통과 될까”하면서 지켜보았지만 8개 법안 모두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지사 발의안이 모두 부결되자 슈워제네거는 이렇게 말하면서 후회했다. “만약 영화 ‘터미네이터’를 다시 찍는다면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내가 다시는 특별주민투표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겠다”
뒤늦게나마 민심의 소재를 파악한 말이었다. 사실 캘리포니아 특별선거의 주지사 발의안은 어느 정도 부결이 예상됐었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 조사가 그 결과를 예측했으며 주지사의 폭락한 인기를 경고했지만 터미네이터 진영은 “그것은 유권자의 본심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왔었다.
그러나 이후 캘리포니아 특별선거에서의 주지사 발의안 완패는 그들이 확신했던 터미네이터 주지사의 스타성의 한계를 똑똑히 보여주고 말았다. 캘리포니아 스타 주지사인 ‘터미네이터’가 내 놓은 8개의 주지사 발의안이 모두 부결된 건 주민들이 영화 속의 허상인 액션스타가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생활 속의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실천적이고 유능한 일꾼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능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조사 대상자의 64%가 경제문제 해결능력을 손꼽았다.
결국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식견을 중요 국정운영능력으로 최우선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말’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행동’하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으며 인기영합주의의 포퓰리즘이 아닌,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프라그마티즘(실용주의)을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 유 철 전 국회의원·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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