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는 요즘 눈이 부시다. 활짝 핀 ‘단풍꽃’때문이다. 단풍꽃은 낙엽이 돼 길바닥에서 뒹군다. 단풍꽃은 길바닥에 떨어져도 아름답다. 그래서 이 계절 트렌치코트 깃을 올리고 포플러 밑, 스산하게 흩어지는 낙엽들을 헤치며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지난 89년 4월27일 수도권 5개 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신도시는 지난 96년 완공됐다. 일산신도시 상징이 된 호수공원과 호수로, 백마로, 고봉로, 중앙로 등지에는 각종 가로수들이 계획적으로 심어졌다.
빨갛게, 파랗게, 노랗게 단풍종합세트를 보여주는 호수로와 은행나무만 있는 KINTEX 앞 도로, 남성 손바닥 같은 포플러 밑에 떨어진 낙엽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은 고봉로, 작고 예쁜 단풍나무가 반기는 백마로….
이 나무들이 이젠 제법 자리를 잡고 올 가을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래서 내장산과 설악산 등에 가지 않고 도심에서도 단풍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좀 아쉬움도 남는다.
낙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환경미화원들이 쓸어 버리는 탓이다. 이들에겐 단풍과 낙엽 하면 지긋지긋한 존재다. 윗분(?)들이 낙엽이 쌓이면 우수관이 막히고 거리가 더러워진다며 빨리 치우라고 닥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낙엽을 단순한 쓰레기에서 아름다운 거리를 만드는 제6원소처럼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은 어떨까.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실내악 선율이 흐르는 도심 속 축제 공간으로 만들어 가을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하면 더욱 좋겠다. 이런 인프라를 갖춘 일산신도시에게서 힘이 느껴진다.
/김창우기자 kim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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