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먹던 시절엔 굶주림에서 해방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80년대 압축성장과 고속성장 등에 힘입어 국민의 식생활도 크게 변하게 됐다. 특히 쌀의 자급자족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풍요롭게 되고 편의성을 추구하는 현대식 식단이 등장하면서 쌀밥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먹고 살만하면 민주화 욕구가 커진다고 했던가. 2~3년간 ‘참살이’ 웰빙바람이 신나게 불어 대는가 했더니 요즘엔 로하스라는 ‘신 참살이’ 풍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로하스 개념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유기농산물이다. 즉 소비자가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면서 자신의 일시적 건강만을 생각해 구매한다는 차원 이외에 유기농산물 재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역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시키고 궁극적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에 기반한 건강도모 의미까지 포함하는 게 진정한 참살이라는 것이다.
진정 오늘날처럼 자신의 건강과 친환경기반에 관심이 높은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식인 쌀은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식생활은 민족과 인종 등에 따라 인체의 생리작용이 상이하다. 하지만 한국인은 옛날부터 오랫동안 쌀밥을 먹어왔다. 이 결과 쌀밥을 먹는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고 소화흡수도 잘된다. 예컨대 치아의 형태나 장의 길이, 소화액의 분비, 장내세균을 위시해 우리의 신체는 쌀밥에 알맞게 적응돼 있다.
그런데도 신세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쌀밥보다 빵을 많이 찾는다. 지금부터 우리 건강에 쌀밥이 좋은지, 빵이 좋은지 한번 따져보자. 쌀밥은 기본적으로 쌀의 기호성, 경제성, 생산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반면, 빵은 쌀에 비해 비타민 B1이 더 많으며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구미 여러 나라에서 먹고 있는만큼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식사가 쌀밥이나 빵만 먹는 게 아니므로 쌀밥과 빵의 영양학적 절대적 가치의 우열을 논할 수만은 없다. 중요한 건 쌀밥과 같이 먹는 반찬이 무엇인가. 그리고 빵과 같이 곁들인 식품을 모두 합한 전체의 식사가 좋고 나쁜가를 비교해야 한다. 즉 우리들의 식사의 우열을 지배하는 건 주식과 부식의 질과 양이다.
예를 들면 빵과 버터, 빵과 커피는 쌀밥과 생선구이, 김치 등을 곁들인 식사보다 떨어진다. 또 쌀밥과 김치, 쌀밥과 된장국 등은 빵과 스프, 우유, 샐러드 등으로 된 식사보다 떨어진다. 쌀밥이든 빵이든 이들 식품과 곁들이는 부식에 의해 영양성이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맛의 배합이란 점에서 빵과 된장국보다는 빵과 크림스프 등이 적합하다.
역사적으로 보존식품을 주축으로 한 서구 식사의 간편성 때문에 아침식사에 빵이 일찍이 보급됐다. 하지만 서양식사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등의 공급이 많다. 이에 비해 쌀밥은 맛이 산뜻하므로 부식도 기름지지 않고 향기가 짙은 게 특징이다.
특히 쌀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은 몰론 비만방지, 당뇨예방, 혈중콜레스테롤 저하 등 다양한 인체생리효과를 지닌 우수한 식품으로 검증된바 있다. 뭐니 뭐니해도 쌀밥의 가장 큰 강점은 빵보다 훨씬 많은 여러 가지 종류의 부식을 같이 먹게 돼 영양의 밸런스를 알맞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쌀을 식량으로 하는 민족은 번영한다. 단위면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칼로리는 최대가 된다”라고 말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말을 되새겨 보면 쌀밥과 빵의 건강게임 승자를 알 수 있다.
/전 성 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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