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실붕괴의 진단과 대책

요즈음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수업 중인데도 제멋대로 돌아 다니면서 장난을 치거나 학습활동과는 별반 관련이 없는 일에 정신을 팔거나 심지어는 낮잠까지 자는 일이 적지 않다고들 한다.

심지어는 지정된 학습활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교사의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는 등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학습행동까지 보이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학습태도가 예전에 비해 매우 어수선해진 현상이 특정 학교, 특정 학년의 소수 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이와 같은 현상은 학교교육의 무력화나 교실붕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우리 교육을 아끼고 염려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한다면 우선 교육자들 모두가 깊이 자성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학교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기능을 제대로 만족스럽게 수행하고 있는가, 행여 열악한 교육환경을 빙자해 구태의연한 수업활동만 펴고 있지 않은가 등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학자들은 학습태도가 좋지 못한 요인으로 학습의욕 및 동기의 부족, 선수학습 능력의 결핍, 학습 결손의 누적 현상, 학습과제와 무관한 소모적 행동이 허용되는 학급 분위기 등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입시 학원에서의 조직적인 강의에 비해 일부 학교이긴 하지만 교과 수업시간의 흥미 없는 학습과제 및 학습활동, 호기심과 참여의식을 고취하는 교사의 노력 부족, 학습 활동에 참여해도 학습 결과에 따른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좌절감, 나아가 개인적인 요구와 능력수준에 걸 맞는 지도와 배려를 받을 수 없다는 실망감 등도 주요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원인 소재를 불문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교사들이 가능한 학교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교나 학급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참신한 교수, 완전 학습을 위한 책임지도와 개인의 요구와 능력수준을 고려한 개별화 지도방안 등도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 없이 안내해 주거나 또 학교가 보다 신뢰받는 교육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구성원 전체가 협력하는 적정한 수준의 물리·심리적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일시적으로 교실붕괴 문제의 원인을 학교교육의 권위과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킨 관련 부처의 정책 실패나 열악한 교육환경 탓으로만 돌려 수수방관한다면 오늘의 교육현실을 타결할 가능성은 더욱 더 희박해질뿐이다. 필자는 교실 붕괴문제가 보다 확대되거나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모든 교사들 스스로 교직자 사명을 재확인하고 책무성을 다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오늘의 교육문제를 모두 교사들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근시안적이며 타당성이 없는 주장을 한다거나 일시적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일관성 있고 현장 위주의 실현 가능한 교육정책을 바탕으로 교장 책임 하에 단위 학교가 소신껏 교육활동을 펴 나갈 수 있도록 권한을 더욱 위임한다든가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학교의 권위를 회복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앙양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선 보다 따뜻한 정책적 배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라도 교육문제가 정책 결정상 늘 후순위로 처지고 있는 저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면 향후 ‘교육입국’의 거창한 구호도 단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엄 범 종 군포 흥진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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