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고 온 어느 지인이 “여러 어머니들이 성형수술을 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성형수술은 연예인들이나 하는 걸로 인식됐었고 “어느 연예인이 어디 어디를 고쳤다”는 성형수술 의혹이 곧잘 이슈가 됐었다. 연예인이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성형수술여부를 완강하게 부인하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형수술은 대학생, 일반인, 주부 등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현상이 됐고 더 이상 비밀로 하지도 않는다. 많은 여성들이 예뻐지기 위해서, 더 날씬해지기 위해서 새로 나온 화장품이나 미용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사고 이름도 생소한 다이어트요법으로 운동을 하느라 바쁘다. 새로 만들어 낸 다이어트 상품은 여성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모으면서 금방 열풍이 되곤 한다.
미디어에서 만들어 내 이미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성형대국이란 오명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에선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비슷하게 생긴 바비인형 같은 여성들을 앞세워 여성을 상품화시키며 여성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
미디어는 규격화된 몸서열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몸을 보여 주며 여성들에게 멋진 몸과 예쁜 얼굴에 대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여성들은 절대 그런 몸을 가질 수 없다는 좌절감과 열등감 등을 느끼며 미디어가 조성한 멋진 몸 만들기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여주인공은 한결같이 미모와 조각같은 몸매를 갖고 있다. ‘예쁜 여자=착한 여자’란 공식을 착실히 수행하며 영화 속의 여성을 소비하는 관객(혹은 시청자)을 남성으로 보고 여성은 보여지는 사람, 즉 대상으로 치부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게 지금까지 대중매체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이데올로기를 가볍게 그리고 통렬하게 뒤집어 놓은 드라마가 삼순이 열풍으로 대단했던 ‘내 이름은 삼순이’였다.
뚱뚱하고 예쁘지 않은 얼굴에, 갖고 있는 배경도 없고 게다가 욕설도 거침 없이 퍼붓는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지금까지 브라운관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여성성을 제시, 그간 미디어가 제시한 미의 기준에 턱 없이 미치지 못해 음지에 있었던 많은 억압된 여성들에게 “저건 내 얘기야”란 공감대와 카타르시스와 함께 해방구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마나 광고는 예쁘고 멋진 몸매를 보여 주며 소비자들에게 획일적인 여성성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선 여성의 몸은 하나의 권력이다. 몸의 상품화는 미디어와 광고산업이 만들어 낸 선택적 결과물이며 동시에 서로 도와 주며 살아가는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국 진 신흥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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