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문제와 강정구 교수의 파문에서 불거진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에 대한 논의는 새삼 그 실체(?)에 대한 궁금함을 더하고 있다.
정치적 개념으로서의 보수와 진보 또는 左와 右라는 차원은 어느 시점에 있어서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정치적 쟁점에 대해 자기 자신의 입장을 요약하는데 활용하는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 같은 추상적 개념은 복잡한 정치현실을 단순화 시켜 주고 조직화시켜줌으로써 현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수많은 정치적 쟁점 혹은 정당들의 주장을 간소화하는 편리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추상적 이며 상대적 개념인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식별성을 받아 들이고 이해하는지 그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인간의 주관성을 탐구하는 Q방법론을 적용해 한국인의 보수와 진보에 대해 그 인지를 살펴 본 결과, 제1유형(실용주의자:Utilitarian)은 교육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경쟁력 제고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자 하고 이를 위한 전문성을 중시하는 견해를 나타낸다. 또한 대외관계에서도 민족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유지·강화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역할을 모색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북한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자율과 효율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유형(민족주의자:Nationalist)은 미국과의 우호적 상호협력 관계 보다는 배타적 입장으로 보다 더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관계정립을 원하고 있다. 더불어 주변 강대국 특히 중국과의 역학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부동산과 노사문제 등에 대해 공공성을 강조하고 국가의 규제와 이해 당사자 간의 양보를 전제하고 있다. 즉 이들은 국가의 독립성과 자주성, 상호부조의 사회적 공익성을 우선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3유형(사회적 규제주의자:Social Regulationist)은 사회적 공존을 위한 공공규제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교육, 부동산 등은 공공성이 크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한과의 관계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개입이 남북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북한의 핵 보유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제2유형과 달리 한국경제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제4유형(시장중심주의자:The Market Oriented)은 자유경쟁을 중시한다. 부동산문제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주택 가격의 상승을 가져 왔으며 이를 과감히 줄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환경운동가들의 전문성 제고와 노사갈등은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한미관계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므로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며 자국이기주의에 입각한 국제관계에 대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개인의 상황과 가치, 선유경험 등에 따라 보수와 진보라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나타내는 것도 다르고 보수 혹은 진보라고 규정하는 자신의 그 정치성향도 개인마다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단순화하고 간소화하는데 보수와 진보라는 추상적 개념이 유용할 수는 있어도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정부 혹은 정당 등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보수·진보 등과 같이 도식적이며 단순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앞세워 정략적으로 파악할 게 아니라,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행위를 시행함에 앞서 내재된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정 상 환 남서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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