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사 좀 짧게 해주세요~”

“도지사님 환영사 좀 짧게 하세요”

실학의 대중화를 위해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과 실학축전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실학축전 2005 경기’ 개막식이 지난 13일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열렸다.

실학축전은 다산 정약용 등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모순된 시대현실을 비판하고 개혁의지를 불태우던 정신과 학문을 축제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열린 실학축전은 올해 실학의 완성자라 불리는 다산의 생가이자 실학박물관 부지인 남양주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 했다.

이날 불편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1천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큰 뜨락(행사장)에 모였다. 개막식은 딱딱한 식순보다는 실학축전앙상블의 은은한 창작국악이 흐르는 가운데 다례시연과 헌다례 등 다례의식으로 치러져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관람자를 일렬로 쭉 늘어뜨린 일반적인 개막행사가 아닌 10여 명이 돗자리에 모여 차(茶)를 마시는 형태로 꾸며져 사뭇 정겨웠다.

그러나 탑제막식이 끝난 후 도지사와 도의회 문공위원장, 남양주시장의 잇따른 환영사와 축사는 그 동안 숙연하던 축전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이어 펼쳐진 축하공연은 애초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채 보여주지 못 했다. 연암 박지원, 초정 박제가, 다산 정약용 실학자 3인을 중심으로 풀어낸 놀이패 한두레의 인형극 ‘하늘북소리’의 일부만을 선보였고, 미리 준비했던 도문형문화재 제21호 안성남사당놀이의 하나인 버나(접시돌리기) 등도 선보이지 못해 아쉬움을 더 했다.

주최측은 쌀쌀한 가을철 저녁 날씨 등을 고려해 전체 일정을 축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학축전 앞에 열린 ‘경기으뜸이’ 행사 후 도지사와 주요 내빈들이 간담회를 갖는 동안 개막식은 오후 5시를 훌쩍 넘긴 오후 5시 40분께야 시작한 것이 전체 일정을 빠듯하게 돌아가게 만든 첫 원인이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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