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이웃없는 사회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각 동네의 휴일 거리 풍경은 볼썽사납게 변해버렸다. 여기저기 내다버린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청소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악취 나는 쓰레기를 집밖에 내놓다 보니 이런 볼썽사나운 광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쓰레기로 넘쳐나는 휴일의 거리 모습은 우리가 오늘 어떻게 살고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이웃이란 오래 전에 사라져버리고 없다. 동네는 있어도 이웃이 없는 서글픈 사회가 돼버렸다.

여기에다 주차 문제는 우리들의 이웃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너도나도 눈에 핏발을 세우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 집앞 도로를 감시한다. 행여나 내 집 앞에 누가 차를 세우지나 않나 하고 사나운 눈초리로 보초를 서는 것이다. ‘여기다 차 세우면 빵꾸 낼껴!’ 같은 섬뜩한 글귀를 담벼락에서 봐야하는 것은 또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한마디로 부끄럽다. 정다워야 할 이웃이 어쩌다 이렇게 불편하고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도의 영적 지도자 스리오르빈도는 오래 전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자며 이렇게 호소했다. ‘이상적인 도시는 먼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건설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가슴을 향해 난 길, 그 길밖에는 이상적인 도시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깊이 음미해 볼 만한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는 혼자 살던 노인이 죽은 지 보름 만에 이웃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또 그 며칠 전에는 한 어린이가 부모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아 온 몸에 심한 상처를 입고 정신 상태마저 온전치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그 동안 이웃들은 전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처럼 문이란 문을 있는 대로 걸어 잠가 놓고, 그것도 모자라 눈이며 귀까지 닫고 살다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긴 하다. 그리고 설령 안다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우린 언제부턴가 내 남없이 그렇게 살아오고 있으니까.

이상적인 도시는 고사하고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는 사회만이라도 건설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사람은 싫든 좋든 간에 다른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 사는 재미와 행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코앞의 또 다른 가족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웃 사촌이다.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낫다’ 는 속담도 그래서 나왔다. 이웃, 얼마나 따뜻한 말인가. 이웃을 되찾는 일은 행복을 되찾는 일이다. 정다운 이웃을 만드는 일은 곧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 된다.

거리에서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 나누고, 안부도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좀 해가며 살자.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있으면 조금씩 쪼개어 나눠 가지기도 하자. 또 있다. 이왕이면 기분 좋을 얘기 한 도막씩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하자. 그렇게 오순도순 지내야 그게 이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사람 냄새 나는 인간 사회가 된다. 더 나아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도 나올 수 있다.

코 앞에 닥친 고령화 사회는 이웃에 대한 생각을 더욱 하게 한다.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에게 따뜻한 이웃을 선물하는 일, 이 또한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 수 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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