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경기방문의 해/孝문화체험교육

“孝는 실천…부모님 기쁘게 할거예요”

“집에 가면 부모님께 존댓말을 쓸거예요”, “농촌 들판에서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배우시던 서당에서 ‘효문화체험교육’을 받으니 너무 좋아요.” 여주 서봉서당을 찾은 임재환군(수원 한일초 6년). 예절교육을 받기 위해 후배들과 함께 이 곳에 온 임군은 앞으로는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도심학교와는 전혀 다른 환경, 옛 어른들이 수학했던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건물의 서당에서 3일간 옛날 학동이돼 전통예절을 체험한다.

23일부터 3일간 여주서봉서당(훈장 은희문)과 이천 도립서당(훈장 한재홍)에서는 각각 ‘효문화 체험교육’을 실시했다.

경기일보가 주최하고 경기도·경기도교육청·경기관광공사가 후원한 이 행사의 1차에 수원시 한일초교와 세곡초, 연무초, 매현초, 의왕 오전초, 이천초, 설봉초등학교 학생 250명이 2박3일간 효문화체험교육을 체험했다.

여주 서봉과 이천의 도립서당은 야트막한 산과 논밭이 넓게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지역에 자리잡은 전통 한옥 건물로 지어진 서당으로 청학동에서 한학을 수학한 훈장선생님들이 한복차림에 유건을 쓴 모습은 옛 훈장님의 모습 그대로다.

23일 오후 3시에 입소한 아이들은 입소와 함께 자기소개 및 서당의 생활규칙 등을 전달받고 큰절과 평절 등 예절에 대한 이론교육이 1시간정도 이어졌다.

저녁시간은 6시부터 1시간으로 식사시간에도 예절교육이 진행됐다.

은 훈장은 “밥과 반찬을 생산한 농부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맘으로 먹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식사 예절교육부터 시작한다.

밥먹는 자세도 교정해 준다. 꾸부정한 허리에 몸을 비틀고 먹는 아이들에게는 “바른 자세로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마음도 가다듬을 수 있다”며 “밥 먹는 것과 자는 것, 공부하는 것 등 모두 예절이다”고 강조한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효’수업이 진행된다.

은 훈장은 “뭐든지 억지로 하면 힘이 들고 어려운 법이지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이 가장 우선된 사람의 도리다”며 “부모님께 하는 ‘효’는 절대적이지만 맹목적으로 주입시켜서는 안된다. 부모와 사회 모든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야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날 학생들은 참새들의 합창소리에 오전 6시에 눈을 뜬다. 오전 6시 30분 아침 명상시간을 마친 후 아침식사에 들어간다.

오전 9시부터 호칭예절과 촌수관계, 효 이야기(옛 성현들의 효행)를 들으며 점심시간을 맞는다.

옛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듣던 옛날 이야기들을 훈장선생님이 직접 해주니 학생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가진 아이들은 서당 주변의 그네와 널뛰기 등 전통놀이와 목판인쇄 재현 등 처음 접해보는 놀이에 마냥 빠져들었다.

또 울창한 수목이 우거진 서당 뒤편의 야산을 산책하며 자연을 체험하고 삼삼오오 모여 잠자리와 메뚜기 등 곤충을 잡아 관찰하며 즐거워 했다.

훈장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직접 만들어 먹는 인절미의 맛은 ‘꿀떡’ 그 자체였다.

미리 준비한 찹쌀밥을 널따란 나무판에 올려놓고 아이들은 돌아가며 떡메를 쳐서 만든 떡살을 먹기 좋게 잘라 떡고물을 묻혀 만든 인절미를 먹은 학생들은 환호성을 친다. “야 진짜 맛있다.”

저녁시간에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며 그동안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을 적어 부모님께 전달한다.

셋째날 아침에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한 산행시간을 갖고 서당 뒤편의 남산에 올라 여주평야의 황금들녘과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을 감상했다.

안효선 수원 세곡초등학교 교감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훌륭한 체험학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에게 소중한 생활예절체험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은희문 훈장의 작은 바람이다./류진동기자 jdyu@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인터뷰/은희문 여주 서봉서당 훈장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인간의 도리 가르치죠”

비록 2박3일의 짧은 효문화체험이지만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변화된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말을 들으면 흐뭇하다는 은희문 훈장(50).

은 훈장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한학을 배우다 17세때 도산서원에 들어가 서당을 통해 후진양성에 대한 뜻을 품고 지난 2000년 여주군 흥천면 하다리에 서봉서당을 설립,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와 예절 등 한학을 가르치고 있다.

- 학생들이 3일간 무엇을 배우나.

▲요즘 아이들은 핵가족화로 인한 자기중심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이들에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경기도는 정조대왕의 ‘실천 효행’의 본고장으로 경기지역 청소년들에게 정조대왕이 부모님께 실천했던 효행심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

- 이번 효 문화체험교육의 중점교육은.

▲‘효’의 근본은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리는 것, 그렇다고 옛날처럼 맹목적으로 ‘효’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에 대한 공경과 효심 없이는 나라의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효’는 시대에 따라 변화를 가져야 하며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이며 예수와 석가, 공자보다도 높은 위치가 부모님이며 하느님 보다도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 현대에서의 서당의 역할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글로벌시대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 것에 대한 중요함과 자긍심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고 가르치는 것이 우리 서당의 역할이다. 서당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생활에서 핵가족화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이들에게 함께 나누는 삶에 대한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효의 올바른 실천은.

▲학생들에게 공자의 ‘효’ 정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처럼 풀어서 이야기해 주면 잘 알아듣는다. ‘효’는 단지 부모님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웃어른과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섬기는 것을 말한다.

특히 ‘효의 실천’은 반복적으로 집과 학교에서 계속 실천해야 한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모른척 한다면 선생의 본분을 잃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갖도록 지도해 줘야 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류진동기자 jdyu@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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