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태극기 보급을 처벌하는 나라

지난달 4월 개정, 시행된 선거법이 적용되면서 매년 실시해오던 지자체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하거나 절름발이 행사로 치러야 하는 등 지자체의 기본적인 행정수행 마저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선관위가 선거와 관련 없는 행사나 사안까지도 기부행위로 규정해 선심행정이라는 잣대로 제재하고 나서 지자체가 큰 혼란과 수난을 겪고 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경기도 하남시 덕풍1동사무소에서는 제50회 현충일을 맞아 태극기 1천여장을 외부에서 전입한 가구 등에 무료로 배부해 최근 경기도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는가 하면, 서울시에서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무료로 배부하려다 선관위로부터 선거법에 저촉된다하여 당초계획을 바꿔 유료로 배부했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나라사랑을 일깨워 주기 위한 태극기 무료배부를 기부행위로 규정해 금지시키는 선거법을 입법한 국회나 이를 단속, 처벌하는 선관위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그 주권과 국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국경일과 경축일에 각 가정마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나라사랑의 표본인 것이다. 가정에 태극기 달기운동을 확산시켜 국민들에게 나라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은 국가 및 지방정부의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그리고 태극기는 ‘배부’가 아니라 ‘보급’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옳다.

일본에 의해 짓밟힌 우리의 주권을 찾고자 거리로 나섰던 3·1운동 때 국민들은 일본군의 총부리 앞에서도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국민이 하나가 되어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모습에서 나라사랑의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극기를 스스로 구입해 사용하는 가정이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가정이 대부분이다. 지자체가 태극기가 없는 가정에 태극기 달기와 오래되어 더럽혀진 태극기의 교체를 유도해 나라사랑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태극기의 무료보급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두 정치적인 기부행위로 규정해 선심행정으로 보는 것은 국가이익에도 반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안양시에서는 지역사회발전에 공헌해온 시민을 선발해 ‘시민대상’을 수여해오고 있고 ‘안양 아트시티 21’과 연계해 이를 파급 확산시켜 나가고자 우수건축물을 선정, 시상하는 ‘건축문화상 페스티벌’과 정보화 능력 제고를 위한 ‘사이버 축제’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이는 선거와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이 또한 선거법개정으로 부상수여가 기부행위로 금지되어 있다.

21세기 지식산업사회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는 이때,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이 중요한 마당에 부끄러운 선거제도로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 하고만 있을 것인가!

입법시 또는 법의 저촉여부를 판단할 때는 국익 및 공익성이 우선시 돼야 함에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태극기 무료보급을 문제 삼는 것은 큰 잘못이다.

기본이 바로선 나라,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이러한 선거법을 만든 국회와 정부는 물론 선관위는 국민수준에 맞는 눈높이를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신 중 대 안양시장·道 시장군수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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