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나이롱 뽕’은 그만 하시지요-청와대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의 생각이 걱정됩니다. 연정과 관련해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쪽으로 선거구제가 개편된다면 2선 후퇴나 조기 사임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 신문보도가 맞습니까.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이같이 말씀했다고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말이 안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 자릴 왜 그렇게 만만하게 보십니까. 그토록 헌신짝 버리듯이 할 수 있다는 건 통 큰 마음을 보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을 헌신짝 대하듯이 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국리민복을 위해 대통령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라는 것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의 명령입니다.

그래서 연정을 하고, 선거구제 개편에 대통령직을 건다고는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그건 개인의 정치철학일 뿐입니다. 개인의 정치철학과 대통령직의 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당신은 정말 안좋은 대통령입니다. 도대체 말씀하시는 대연정은 뭡니까. 쉽게 말해서 야당이 없는 여당위주의 정치가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체 어떤 형태의 선거구제를 원하십니까. 지역구도 해소는 물론 해야겠지요. 하지만 지역구도 해소를 빙자해 뭐든 다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신임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 국민의 잘못입니까. 이에 대해 대통령 자신을 반성할 생각은 못하고 오히려 알아주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투정과 몽니를 부리는 게 가당치나 한 일입니까. 세상에 이런 대통령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연정인가, 대연정도 그렇지요. 연정이 대통령의 능력 부족으로 대통령 스스로가 제의하게 된 것이고 보면 이게 대통령 말씀대로 무슨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총정리의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수치스런 정치인생의 마감인 것이지요.

민중은 지금 먹고 살기가 바쁩니다. 이런 판에 왜 국민사회를 불안으로 몰고 갑니까. “텔레비전에 노무현이 나오는 것이 겁난다”고들 합니다. 세평이 이렇습니다. 입만 뻥긋하면 생뚱맞은 얘기가 나오다 보니 또 무슨 소릴 하나 하고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국민사회는 엉뚱하게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죽을 맛입니다.

정치는 투명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국민사회가 안정되고 편합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대통령님의 말씀은 종잡을 수가 없으니 편할 리가 만무하지요. 장막에 가려진 불확실성의 ‘노무현 코드’에 민심은 지칠대로 지쳐 있습니다. 당신네 여당 의원들도 종잡을 수 없다고 하면 말 다 한것 아닙니까. 충격요법도 한 두 번 이어야지요. 충격요법을 남용하여 면역성만 생기고 말았습니다. 너무 합니다.

연정론에 이의가 일자 대통령은 ‘임기 단축’의 사임 카드를 내거는 초강수로 이의를 잠재웠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임기내에 마칠 것으로 보는 눈은 없습니다. 또 모르겠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계류된 행정도시법 위헌여부 심판이 위헌으로 결정나면 혹 모르겠지만, 절로 물러설 대통령님이 아니란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 직전의 일이 돌이켜집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결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 판 승부의 ‘나이롱 뽕’ 같은 도박을 했다고 보십니까. 그래도 그렇지, 대통령직은 도박을 거는 자리가 아닙니다. 왜 ‘나이롱 뽕’ 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무책임한 막말을 열세 번이나 하십니까. 노 대통령이 국민사회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사회를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을 지내면 민생은 도탄에 빠뜨렸어도 전직 대통령 예우받고 비서들 두어가며 연금으로 여생을 잘 먹고 잘 삽니다. 대통령을 위해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존경할 수 없는 대통령을 둔 민중만 불쌍한 것이지요.

제발 이러면 이렇게 말하고 저러면 저렇게 말하는 옛 이집트 고사에 나오는 현란한 ‘악어의 논법’으로 나라를 더 헷갈리게 하지 마십시오. 나라 밖에서 나라 안을 어떻게 볼 것 인가도 좀 생각해 주십시오.

지나간 임기도 중했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는 더 중합니다.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경망스런 당신의 모습을 국민사회는 정말 원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은 승부수를 던지는 자리가 아니고 민생을 보듬는 자립니다. 그래도 정 못하겠다면 국민사회를 협박하지 마시고 조용히 하야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생각이 심히 걱정됩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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