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분당·용인 주민간의 길싸움이 뉴스를 장식했었다. 용인의 난개발로 교통대란을 겪자 사업자가 인접 분당에 도로를 연결한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도로 연결을 반대하던 분당 주민들은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사업자의 일방통행식 공사 강행과 난개발 피해를 뒤집어 쓴 피해의식이 그 축으로 작용했다.
최근 고양시에도 이와 비슷한 길싸움이 일어났다. 분당과 다른 것은 도로는 아니고 철도다. 서울역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제2인천공항철도사업 때문에 고양시 덕양구 대덕동 주민들과 고양시민들이 화가 났다.
주민들은 공항철도 개발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철도 개발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당초 계획노선과 공사방법이 변경됐으나 고양시 주민에게는 알리지 않은 사업자로 인한 상대적 소외감이 분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건교부와 인천국제공항철도(주)가 지난 94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양시 주민들에게 서울과 고양시 경유 철도구간을 지하로 통과한다고 설명, 주민들이 동의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환경단체가 서울 강서구 궁산 양천고 성지 통과 불가입장을 보이자 노선이 변경됐다. 이 노선변경으로 서울시 구간은 지하화로 시공되고 고양시 구간 4.4㎞는 지상 20m 가까운 높이의 철도가 지상으로 시공되게 된 것.
사업자는 이같은 엄청난 노선변경을 하면서 피해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건교부에서 실시 허가를 받았다. 또 사업자는 노선변경 전 주민의 동의로 주민의 의견을 대처, 허가를 받아도 된다며 의제처리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분개하는 것은 이같은 사업자의 논리 때문이다. 사업의 중요 시점에서의 소외감, 상대적 피해의식 등.
2005년 가을문턱. 아직도 사업자의 일방통행식 공사강행, 주민의 소외와 상대적 피해감이 있는 80년대식 불도저 개발 현장이 남아 있었다.
/김 창 우 기자 kim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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