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충남 남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년 보훈캠프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때 남서울대학교를 조금 지나오다 무궁화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요즈음 무궁화 꽃은 개량종이 많아서 인지 해충도 없는 것 같고 꽃도 큼지막하게 펴서 우리가 생각했던 무궁화 꽃 이미지가 아니라 저게 무궁화 꽃 인지 아닌지 의심이 나서 직접 가까이 가 확인해 본 기억이 난다.
15일은 제60주년 광복절 경축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일신의 영달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풍찬노숙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와 그 유가족들의 삶을 우리는 얼마나 돌아보고 있는 지, 그분들의 열정과 얼을 얼마나 계승·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는 지 모두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인데도 자꾸만 과거사로 치부하고 잊으려하는 것은 아닌 지 한번 이 아침에 다시 생각해 본다.
보훈업무를 하다보면 외국에 출장을 가는 일도 자주 생긴다. 당시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와 함께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32년 일본 천장절날 일본 승전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시 윤봉길 의사가 던진 도시락폭탄으로 일본 수뇌부를 강타하고 그들의 가슴을 서늘케 한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장개석 총통은 중국의 100만 대군이 못한 일을 일개 조선인 한명이 해냈다고 격찬한 바 있다. 일본 가네자와 현에서 윤봉길의사 임장지를 발견하여 1946년에 유해를 봉환, 현재 효창공원에 유택을 마련한 바 있는데 그 장소인 가네자와현 암장터를 성역화하고 그 주변에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를 세워서 매년 순국일에 추모식을 거행하고 있다. 2003년도에 제일 거류민단이 주최를 하는 행사에 정부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가나제와 시장과 시의 회의장 그외 많은 일본인들이 참석하여 윤봉길 의사를 추모하는 것을 보고 이상야릇한 감정이 교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용납이 될까? 그것도 시장과 시의회의장이면 일본인으로서는 공적인 신분인데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놀라움과 함께 그들의 마음이 정말 애도의 마음일까? 아니면 강자의 여유일까? 머리가 복잡해진 적이 있다.
하여간 요즈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공기가 이상야릇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으며, 그 자리에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만만치 않은 듯 하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핵무기의 뜨거운 맛을 본 그들이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걸까? 아니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마지막 영화 장면이 그들의 현실이 될까봐 혹시 겁이 나서일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에는 많은 동반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종군위안부 보상,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시비, 왜곡역사교과서 등등의 파렴치한 일들을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다. 인사성 밝은 민족, 깔끔한 민족 뒤에 숨어있는 양파껍질처럼 계속 벗겨도 속이 보이지 않는 민족, 가깝지만 언제나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 그들과 우리는 필요시 서로 어깨동무도 해야 한다. 이제 광복이 된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나가고 있다. “과거에 눈을 감은 자는 현재에 장님이 된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맞아 과거에 눈을 감은 민족이 아니라 부릅뜬 두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되 아리랑 고개를 넘엇던 날들을 기억하고 무궁화 꽃을 삼천리와 글로벌 세계에 화려하게 피게 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노 영 구 수원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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