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더없이 어수선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가히 혼돈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정도(正道)는 많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를 꼭 집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즈음 불고 있는 혁신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른 처방전을 내놓고 있는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세치용(經世致用), 이용후생(利用厚生)으로 대표되는 실학이야말로 오늘의 혁신과 그 궤(軌)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이론이 없을 듯하다.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나 학문은 세상을 다스리는데 실익을 증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상, 그리고 모든 물질들의 작용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여 백성들의 衣食을 풍족하게 해야 한다는 정신은 아무리 강조하고 실천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실학을 논함에 있어 다산 정약용 선생을 빼 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경기도 광주(지금의 남양주)에서 태어난 다산 선생은 경기도 암행어사를 시작으로 많은 벼슬을 지내셨지만 그보다는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만들어 화성을 축조한 분으로 유명하다. 특히 18년 동안의 전남 강진 유배생활동안 깊이 있고 폭넓은 학문연구와 함께 수백권의 저서를 펴내신 학문적 경지와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로서 오늘날 우리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분이다. 이중에서도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의 몸가짐과 마음을 정리한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단연 백미(白眉)로 손꼽히고 있다. 선생은 사회개혁을 주창하면서 해묵은 나라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정치의 개혁, 행정의 쇄신, 토지의 균점, 공평한 분배 등 가히 혁신적인 이론을 선보이셨다.
이러한 사상들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전혀 버릴 것이 없는 금과옥조(金科玉條)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세간에 혁신이 거론되면서 실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더구나 혁신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공직사회에서는 목민심서를 읽고 실학사상을 다시 돌아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다산유적이 있는 남양주 능내리에 실학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유배지였고, 다산초당이 있는 전남 강진과의 교류를 넓혀 나가고 있다. 다산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데 있어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가운데 도청에 다산사랑 모임이 결성되었다고 한다. 행정부지사를 포함해서 다산을 사랑하는 도청공무원 36명이 모여 “다산 사랑”이라는 동호회를 만든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산사랑이 주목되는 것은 20여개의 도청 동아리 중 최초의 학술 동아리이기 때문이다. 이 동아리에서는 이미 지난달 30일 있었던 전남의 강진청자문화제에도 참여하고 다산관련서적을 단체 구입해 탐독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행정의 혁신주자로서, 또한 목민심서를 실천하는 참다운 공복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담당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록 출발은 미약하지만 날이 갈수록 성대해지리라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이제 막 출범한 다산사랑이 경기도의 혁신과 경기도의 미래를 밝히고 이끌어나가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리고자 한다.
/홍 승 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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