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2003년 9월 추석이 얼마 남지않아 들떠있던 필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바로 멕시코 칸쿤 WTO회의장에서 농업을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주장하며 자결한 고 이경해 열사의 소식이었다. 그를 막아서던 외국 경찰들과 그가 자결하는 모습을 무감각하게 지켜보던 외국인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로부터 2년간 농촌을 살리기 위해 많은 정책이 입안, 2003년에는 119조원 중장기 투자계획이 발표되고 FTA 지원기금이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늘의 농촌현실은 농민이 목숨까지 내걸고 보고싶어했던 내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듯 하다.
이번 7월부터 많은 농정제도가 변화된다. 우선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소득보전정책이 시행된다. 외관상으로만 본다면 농민을 살리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이 시행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인 일본의 경우 쌀수입관세화유예기간(1995년~2000년)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수입쌀 재고부담에 1998년 관세화유예를 포기했다. 그때 일본의 수입쌀 재고량은 42만톤에 의무수입량은 6.4%였으나, 작년말 현재 우리의 수입쌀재고는 이미 48만톤에 10년간 의무수입량은 8%에 이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쌀수입협상에 기본적인 계수로 활용하고 있는 최소시장접근(MMA) 기준물량은 1998년부터 1990년의 국내소비량이라 격감하는 국내 쌀소비량을 감안한다면 2014년에는 수입물량이 국내 소비량의 14%에 이를 것이라 한다.
농업인과 함께하며 40여년의 기간동안 발전해온 농협의 임무는 농업인이 자긍심을 갖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농협에서는 올해를 ‘농촌사랑의 해’로 선포하고 1촌1사 자매결연 및 농촌사랑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970년대에 입사하여 발전하는 농촌과 함께 젊음을 보내고 정년이 얼마남지 않아 몰락하는 농촌의 현실을 접하는 지금, 필자는 몇 년 남지않은 회사 생활을 이 ‘농촌사랑운동’과 함께 하려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5천여개의 기업과 농촌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농촌사랑운동회원으로 가입한 바 있으며, 경기도는 경기일보와 경기농협이 손잡고 1촌1사운동을 적극 알리고 있다.
우리가 농촌을 도울수 있는 방법은 거창하게 정책을 만들거나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는 데만 있지않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농촌사랑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기업체 특성에 맞게 농촌을 지원하고, 일반 시민들은 휴가때 주변 농민이 운영하는 팜스테이 마을을 찾아 가족과 함께 농민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일이 진정한 ‘농촌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가까운 농협 점포를 찾거나 농촌사랑홈페이지(www.ifarmlove.com)에 접속해 농촌사랑운동에 동참하자. 그것이야말로 또 한번의 외로운 농민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류 석 희 농협중앙회 고양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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