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당한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관계 인사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 지는 까닭은 문제 해결과 그들이 내놓는 대책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찾은 현장에서 지적한 문제는 시정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맨홀 질식사고 현장을 방문한 손학규 도지사가 제시한 대책은 사고당한 유족들의 가슴을 다소 시원하게 해줬다.
손 지사는 이날 사고 원인을 관련 공무원들에게 상세하게 물은 뒤 현장 방문 전 도 고위 관계자가 보고한 안전관리 미흡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산소 결핍의 경우 방독면을 써도 소용이 없어 맨홀 내 산소량 측정이 우선돼야 하나 도내 어느 한 곳도 산소측정기를 보유한 곳이 없다는 현실을 사고현장 관계자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손 지사는 도 고위 관계자를 현장에서 질타했다. 손 지사는 이어 “빠른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뒤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손 지사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본 사고현장 관계자들은 손 지사의 현장행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지적처럼 목민관은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 만져 주고 치유책을 제시해줘야 하는 게 최우선 책무다. 현장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는 건 비단 도백만의 의무는 아닐듯 싶다.
/최 해 영 기자 hy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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