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천 양정여고와 무감독시험

이천이 고향이고 감리교 원로목사이며 현 학교법인 양정학원 이사장인 김동옥 목사가 이천 관고동에 1946년 개교한 양정여자중·고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 내에서 유일하게 무감독시험제도를 1957년부터 시작하여 48년째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적인 학교이다.

이 학교는 건학이념인 기독교정신(사랑)을 실천하고 양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무감독시험제를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성적은 0점 처리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규정이 교칙에 있지만 실제 부정행위가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각종 시험을 본 직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모여 시험과정을 평가하기도 하고 급우 모두가 양심을 지킨 것이 기쁘다고 하는 학생도 있고, 시험기간 중 부정행위가 없었던 점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앞으로 고칠 점도 제안하는 학생도 있었고, 시험을 빨리 마친 친구들이 복도에 나가 떠들어서 시험에 방해가 되었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학생도 있었다.

양정여고는 시험을 칠 때는 한 교실에 1, 2, 3년 학생이 모두 들어가 학년별로 서로 다른 줄에 앉는다. 교사는 시험 시작종이 울리기 직전에 시험지를 나눠 준 뒤 나갔다가 시험종료 직전에 돌아와 답안지를 거둬간다. 시험과목 담당 선생님이 학생들의 질문을 받기 위해 각 교실을 한바퀴 돌 뿐이다.

이 학교의 졸업생 K양은 “부정행위를 할 경우 친구들의 신뢰를 잃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고 A양은 “신입생들은 입학식 때 무감독 시험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했다”고 했다. 또 B양은 “날로 혼탁해지는 사회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는 사실 하나로도 이 제도는 가치 있는 것”이라면서 3명 모두 ‘학생의 양심이 시험감독’이라는 모교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했고, 그 학교를 졸업한 것을 영광스러워했다.

김학소 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태속에서도 인성교육을 교육방침의 제일로 삼아왔고, 그 일환으로 48년에 걸친 무감독시험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학생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험부정이 자연스럽게 차단될 뿐 아니라 분위기에 압도되어 감히 생각을 갖지 못한다”고 하면서 무감독 시험을 학교 특색사업으로 정하고 있으며 학부형들이 불만없이 학교를 믿어준 것이 고맙다고 했다.

한국의 대학생 50%가 커닝 경험이 있다는 현실속에서 답안지 대리작성·수능대리시험·교사아들성적관리·성적부풀리기행위·쉬운문제출제 등 성적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누가 내신을 믿겠는가? 수능시험이 부정행위 전시장 같으니 교육의 권위가 상실되었고 끝없는 수능부정을 지금 우리는 어찌 할 것인가? 참담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무감독 시험은 양심교육의 좋은 표본이며 양심이 살아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양심의 행복을 느끼는 교육을 해야한다. 수능부정에 대해 일선학교 현장에서 침묵하고 있는 행위는 도덕성 상실에 기인한 것이고 학부형이 학교을 믿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입수능시험 부정행위의 충격이 큰 만큼 갖가지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정부가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처방 없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시험부정행위가 절대로 근절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성만 키울 뿐이다. 우리는 하루속히 학생들에게 양심교육과 정직교육을 서둘러서 시켜야 한다.

/강 창 희

경기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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