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훼손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목격하신 분은 시청 공원녹지팀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포상하겠습니다”
옛 1번국도가 관통하는 오산시 오산동 L패스트푸드점 앞 은행나무에 심인(尋人) 문구로 가득 채워진 현수막이 내걸려 벌써 며칠째 시위하듯 나부끼고 있다. 이 곳 인도에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들 중 나란히 선 4그루가 잎이 마르고 줄기에 변색이 진행되는 등 말라 죽어가고 있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가로수로서 한창 푸른 자태를 뽐내야 할 은행나무들이 마치 고엽제라도 맞은 듯 바짝 말라 오그라진 잎을 매단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 누군가 은행나무 밑동에 지름 6~7㎜정도 크기의 구멍을 뚫어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주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수막은 설명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오산시의 시목(市木)이다. 자칫 나무 몇그루 죽었기로서니 웬 호들갑이냐고 시큰둥 하는 혹자도 없진 않겠지만 공원녹지팀은 시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을 반드시 찾아 내 응분의 조치는 물론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표본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가로수는 공해에 찌든 도심의 공기를 맑고 청량하게 여과해 주는 인체의 허파로 비유된다. 어느 누가 무슨 이유로 은행나무에 이처럼 가혹하고 몹쓸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엄연한 생명체를 고사시키려 했다는 행위가 분명한 만큼 당사자는 12만 시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푸르게 수를 놓아야 할 은행나무들이 만신창이가 된 채 7월의 뙤약볕 속에서 홀로서기를 꿈꾸며 간신히 바둥대고 있다.
/조 윤 장 기자 j60@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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