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식량이 부족해 식량증산이 나라의 가장 큰 정책목표의 하나였을 때는 가축분뇨가 소중한 비료로 크게 대접을 받았으며, 계분을 팔면 사료값의 절반을 충당하기도 했다.
80년대 들어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식생활 변화에 따른 축산물수요가 늘어나면서 축산업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농촌지역의 중요한 소득원으로 발전했으며 가축 사육두수가 늘어나고 집단화 되면서 분뇨 발생량이 늘어났다.
그 당시는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고 축산농가 의식도 미흡해 무단방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이때부터 가축분뇨가 자원이 아닌 공해물질로 취급당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와 환경문제가 중요시 되고 관련법규와 제도가 마련돼 축분정화시설이나 공동처리시설이 대대적으로 설치됐으나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겨울철 온도관리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농가가 실패하는 등 쓴맛을 경험해야 했다.
이와 같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오는 동안 가축분뇨처리에만 전국적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가축분뇨는 축산농가의 큰 고민거리로 남아있을 뿐아니라 처리비용이 축산농가의 커다란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농토는 오랫동안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산성화 되었고 유기질 성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농가가 가축분뇨를 비싼 돈을 들여 바다에다 버리는 위탁처리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일이며 앞으로 국제환경협약에서 분뇨의 해양투기를 크게 감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때 경기도가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음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논이나 과수원,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경종농가와 축산농가를 서로 연결시켜 논밭에 액비저장탱크를 설치해 놓고 탱크에 액비를 저장해 부숙 시킨 후 비료로 이용하는 순환농법을 장려하고 있으며, 액비로 농사지은 쌀이나 과일, 채소는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1석2조라 할 수 있다.
축산폐수 공공처리장 14개소에서 소규모 농가의 분뇨를 환경공영제 차원에서 수거운반 처리해 주고 있음은 환경개선과 더불어 생계형 소규모 추산농가의 보호 차원에서도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를 받아들이는 농가가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안돼 있으면 그 시책은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접목되기가 어렵다. 또한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소비자는 쾌적한 환경과 끊임없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더구나 사람과 환경은 분리할 수 없다.
우리 산업이 소비자한테 외면당하지 않고 꾸준한 사랑속에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전하고 함께하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대세라고 생각한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어렵게만 여겨지던 분뇨처리가 우리 축산농가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친환경적인 축산을 할 수 있는 길이 새로운 기술 개발 등 속속 열리고 있다.
더구나 경기도가 발 벗고 나설 때 우리 농가는 한걸음 더 나가 앞장서면 축산환경과 농촌 환경은 쾌적해지고 더 이상 소비자로부터 지탄받지 않고 사랑받는 산업이 될 것이다.
/김 건 호 양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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