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천시 과장급 공무원에게서 아름다운 부부 얘기를 들었다. 날씨는 갈수록 후텁지근해지고 있었지만 참 기분이 좋았다. 시원한 산들바람 한줄기 같았다. 이 부부의 신상은 대략 이렇다. 천주교 신자이고 남편은 고위 공무원이며 부인은 모 장애인복지관의 자원봉사자이란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풍족하진 않단다.
이 사연을 듣고 기분 좋은 사연이어서 비실명으로라도 전해야 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아 며칠동안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들 부부 자녀는 이미 장성한 상태로 1남1녀를 뒀는데 장애인 어린이를 몇년째 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남편은 8년 전 승용차를 새로 샀는데 모 신부로부터 “승용차를 남을 위해 쓰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이같은 사랑을 시작했다.
장애인 어린이는 아버지가 장애인이고 두 형제가 장애인이다. 초반에는 말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고 글도 읽지 못했다. 이 어린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다. 더 알고 싶어 이 부부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남편은 “지난해 모 중앙지의 취재 요구에 망설였는데 장애인 어린이가 잘 살기 바란다면 거절하라는 아들의 요구를 받아 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은 연신 미안하다며 계면쩍어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까닭은 무엇일까. 왼손도 모르게 하려는 오른손의 선행 때문이 아닐까.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