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축전염병 예방이 최선이다

지난 6월 1일 ‘구제역 비상대책상황실’ 간판을 내렸다. 작년 11월 조류인플루엔자 비상대책상황실을 설치·운영하기 시작하여 금년 3월 구제역 비상대책상황실로 간판을 바꾸어 단 뒤 7개월 만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판이 올려질 때는 떠들썩하지만 반대로 간판이 내려질 때는 주변의 관심 없이 조용히 내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섭섭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간판을 내릴 수 있도록 애써주신 축산 농가를 비롯한 방제단, 방역지원본부, 관계 공무원 등의 노고에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2000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방역실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현장에 방문한 OIE(국제수역사무국) 조사관(Dr. Graerme Carner)이 구제역 방역현장에서 농민, 경찰, 군인, 공무원 등이 한 덩어리가 되어 그야말로 혼신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히 감동적”이라고 했다. 조사관의 이 말에는 97년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 금융을 받고 있을 때 발생한 구제역의 확산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우리의 다급하고 처절했던 모습을 한마디로 함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농정을 지원하는 경제농정국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간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뿐 가축전염병의 심각성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 보면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여 확산되면 수백만 내지 수천만 마리의 가축이 죽거나 도살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축산농가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이는 축산물가공업체, 축산물판매업체, 사료업체, 동물약품업체 등 관련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져 필연적으로 축산물의 대량 수입을 수반하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곧바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도에서는 1마을 1책임 공무원을 지정하고 소독실시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여 방역을 독려하였다. 소독약과 소독시설 그리고 각종 예방약을 지원하는 한편 매주 수요일을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여 소독을 실시하는 동시에 경기도와 각 시·군에 비상방역대책상황실을 설치하여 24시간 운영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축산농가에서도 자율적으로 방제단을 구성하여 자체 소독이 어려운 영세농가에 소독을 해주는 등 드러나지는 않지만 농가는 물론 각계각층의 단체나 업체 그리고 공무원 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하였다.

지난 2000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광우병, 축산물가격의 하락, 생우수입 등 축산농가는 그야말로 악몽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희망이 조금씩 보이는 듯 하다. 일부 고질적인 가축질병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축산물의 가격이 상승하였고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런 추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여 우리의 바람대로 악성가축전염병의 청정화를 유지한다면 축산농가들도 재도약의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간판을 내렸다고 방역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이라도 철저한 사전대비와 방역을 하면 예방할 수 있다.

가축전염병의 청정화 유지로 축산농가는 그동안 노력한 대가를 보상받는 계기로 만들고, 어려운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방역일선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황 영 철 도2청 경제농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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