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나라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는 존엄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1776년 작성된 미국 독립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만들어 졌으며 모든 인간은 조물주로부터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 그중에서도 생명·자유·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 받았으며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인민들에 의해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고대 하(夏)나라 시대에 걸(桀)왕이라는 폭군이 있었다. 걸왕은 제왕으로서 지녀야 할 덕은 닦으려 하지 않고 황음무도에 치우쳐 누구든지 마구 죽이고 학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더욱이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만들어, 못의 술을 퍼 마시고 고기 숲에서 안주를 뜯어 먹었다고 한다.

하나라를 이은 은(殷)나라에도 주(紂)왕이라는 폭군이 있었으니 주왕도 주지육림(酒池肉林)에서 심지어 나체로 황음무도한 잔치를 벌이기도 하였다. 또한 주왕은 ‘포락(抱烙)의 형(刑)’을 제정하였다. 포락의 형이란 주왕이 애첩 달기의 요청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구리 기둥에 불을 달구어 놓고 죄인이 불기둥 위를 걸으며 뿌지직 살이 타서 터지면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쾌감을 느끼는 달기를 위하여 제정한 형벌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자 비간(比干)은 망해가는 은 왕조를 구해 보려고 주왕에게 사흘에 걸쳐서 목숨을 걸고 간(諫)하였다. 그러자 주왕은 “나는 사람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들어 있다고 들었다. 너의 심장에도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지 조사해 보자”하고 마침내 심장을 꺼내어 구멍을 확인한 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밖에도 임신한 여자의 자궁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궁금하게 여긴 나머지 배를 갈라 확인한 후 죽게 한 일이나, 기수(淇水)라고 하는 강에서 어떤 노인이 다리가 시려서 강을 건너지 못하자 노인의 뼛 속에는 골이 부족하여 그렇다는 말을 듣고 “그러면 골이 무엇인지 보아야겠다”하고 노인의 종아리뼈를 쪼개봤다 한다.

폭군하면 조선조의 연산군도 동서고금을 통하여 손색없는 수준급이다. 운평 옥지화가 연산군의 애첩 장록수의 긴치마를 밟았다고 참수형이라는 과잉 형벌을 집행했다. 하기야 수나라 문제는 오이 하나를 세 명이서 따먹었다고 세 명 모두 참수형을 집행한 남형도 있었다.

연산군 11년(1505) 10월3일자 일기를 보면 甲子後王殘酷 日甚允刑人處絞未幾尋 又處斬處斬不足又加陵遲 陵遲不足而寸斬? 腹之刑? 寸斬?腹猶 未爲快又有碎 骨飄風之刑.

갑자년 이후로 왕의 잔혹함은 날로 심하여져서 사람을 형벌할 때 교살한 뒤 얼마 있다가 또 목을 베고 그러고도 부족하여 사지를 찢으며 찢고도 부족하여 마디마디 자르고 배를 가르는 형을 썼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뼈를 갈아 바람에 날리는 형을 쓰기도 했다.

요즘의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731부대의 생체 실험이나 남경대학살 사건과 이밖에도 한·만인(韓滿人)이나 중국인을 일본인이 살해했을 때는 마치 사람이 금수를 죽인 것과 유사하게 취급했던 것이 과거 일본의 인권 문제로 한·중인의 원망이 지금도 풀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오늘날에도 여러 나라에서 탈출자들의 증언이나 공개처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에 의하면 주민들의 공개처형보다 그 전에 끌려나오는 ‘죄수’의 처참한 모습에 더 치를 떤다고 한다. 거의 사람의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어져 있고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짓이겨져 있고 재갈을 물려 입 주변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나라들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보고 계속 침묵만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육 광 남 의정부 호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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