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라가 핸드폰을 통한 조직적인 수능 시험 부정으로 온통 시끄러웠다. 또한 한 대학의 총장이 남의 글을 잔뜩 베껴 쓰고도 떳떳한 게 이 나라라면 이들에게 무슨 잘못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 총장의 표절은 어쩌다 실수로 저질러진 표절도 아니고 의도적이며 습관적인 표절로 우리나라 지성인들의 양심을 멍들게 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답안을 수정해주고 문제를 가르쳐 주는 행위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놓았다.
유치원 때부터 양심교육, 정직교육을 해 왔는데도 왜 이 모양인가. 교과서에는 양심과 정직이 넘치지만 학교생활, 사회생활에서 이를 그대로 실천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시험 때만 되면 강의실 책상과 벽은 글자와 기호, 숫자로 새카맣게 채워진다. 이렇게 커닝이 청소년 사이에 생활화 돼 있으니 정직과 양심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청소년들마저 어른들을 닮아 양심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되고 말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 미래가 없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청소년들에게까지 양심이 사라져 가고 있는 구체적 모습이 수능 부정 사건이요, 밀양에서 일어났다는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다. 청소년들에게까지 날로 퍼져 가고 있는, 양심을 저버리는 사태를 하루속히 고쳐 가는 것이 그 어떤 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고 더욱 시급한 교육적 과제이다.
학교에서는 양심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무감독 시험이다. 날로 혼탁해지는 사회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는 사실 하나로도 무감독 시험제도는 가치있는 일이며, 어떤 제도와 방법을 동원해도 부정행위를 막는 길은 없다. 학식은 사회의 등불이며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고 하지 않는가? 양심의 1점은 부정행위의 100점보다 더 명예롭고 자랑스럽지 않는가.
경기도에서는 무감독시험을 실시하는 학교가 있다. 무감독시험의 실시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양심교육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시험 직전에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양심에 대한 선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천의 양정여자중고등학교는 47년간 무감독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양정여자중고등학교 건학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 양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무감독시험제를 유지한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어렵겠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우선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실시해 보고 도지정 시범학교라도 운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용인의 태성중학교에도 금년부터 무감독 시험을 하고 있다. 금년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교장선생이 앞으로 성공적으로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학교 소규모 학교부터, 또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하는 기독교 학교부터 점진적으로 무감독시험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고 시행해서 우리 경기교육에도 양심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교육청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무감독 시험을 하고자 하는 학교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양심교육을 해보자. 학생 스스로 양심이 돋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무감독 시험이 아마 처음에는 학생들이 좋아하겠지만 얼마 안 가서 양심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언론매체를 비롯해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이 이같은 양심교육 운동에 동참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강 창 희 경기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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