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이 정권의 권력부패 두 類型

“한전의 서울 잔류도 한 방안이다”(김혁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추병직 건교부장관) “한전 때문에 갈등이 많다면 갈등을 낮추는 것이 낫다”(장영달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한전이 서울에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여권의 내부 혼선이 이런 양상이다. 공공기관 중 가장 욕심내는 한전을 가져가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 가운데 한 곳 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선 불만에 쌓인다. 이것이 여권의 고민이다. 한전만이 아니다. 좀 괜찮은 공공기관은 비수도권 지자체가 저마다 목하 눈에 쌍불을 켜고 유치공작이 한창이다. 광주·전남, 충북 등지에선 공공기관 이전관련의 대규모 집회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인기가 없는 공공기관도 있다. 여권은 같은 유치 대상인 데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공공기관 때문에 속앓이를 앓고 있다. 끼어넣기 처방이 이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인기 품목에 비인기 품목을 끼어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백화점 세일은 아니다. 이 따위로 해서 무슨 지방균형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인 지 정말 넋나간 사람들이다. 180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데 12조원이 든다. 이전 대상의 공공기관 건물과 토지 자산액이 8조7천억원이다. 결국 모자란 3조3천억원은 국민이 세 부담으로 떠안는다.

공공기관 이전의 법률적 근거도 없다. 이런 막중 대사를 대통령의 고집 하나로 추진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닌 인치주의다. 공공기관 이전에 해당 기관의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다. 이전 준비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경영진은 임기 중이라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독재다. 공공기관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육사도 이전을 검토한다’(당정) ‘경찰대와 국방대도 이전 검토 대상이다’(김한길 열린우리당의원)라고 한다. 김한길 의원은 백지화 된 서울공항 이전설을 맨 처음 꺼낸 장본인이다.

하는 일들이 천방지축이다. 권력을 뭣한 사람이 도끼자루 휘둘러 대듯이 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당초 선거선심용 이던 게 되레 부메랑이 돼 간다. 행정도시 예정 지역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이미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이만이 아니다. 충청권 신당이 태동되고 있다. 이 정권이 표밭으로 공들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제2 자민련의 텃밭으로 가고 있다. 정략놀음은 결국 정략놀음으로 망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같은 건 정권의 사병화 놀음이다. 정권의 공적(公的)부패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행담도(行談島)라니, 대체 어디에 있는 섬인가 싶어 국어대사전을 찾아봤다. ‘충청남도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아산만에 위치한 섬.(0.81㎢·58명)’ 이렇게 씌어 있다. 인구는 1971년 기준이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밑 바다 복판에 있는 외딴섬 행담도가 갑자기 유명해졌다. 서해대교 섬 주변을 매립, 복합 레저시설을 만든다는 게 이른바 행담도개발사업이다.

궁금한 것은 1995년 10월 도로공사의 사업승인 신청으로 건교부 승인이 난지 오래인 이 사업에 왜 이 정권의 나으리들 이름이 핵심 인물로 거명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인 행담도개발사업 의혹에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아시대위원회 문정인 위원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찬용씨 등이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어 이목을 끈다.

금융권에서 사업성 불투명으로 대출이 거부된 자금 조달책으로 미국서 유치했다는 8천300만 달러가 외자가 아닌 국내 공공자금인 데다가, 지분에 석연치 않은 내용이 많은 게 의혹의 핵심인 것 같다. 마치 러시아 유전투자의혹사건을 연상케 한다. 이도 또한 감사원 감사 이후에 검찰 수사가 착수되지 않을는 지 모르겠다.

행담도개발의혹사건의 전모를 아직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썩은 냄새가 나는 것은 분명하다. 큰 짐승의 시체일 수록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막강한 권력자의 권력 부패 역시 더 지독하다. 행담도 개발의혹 또한 유전투자의혹과 유형이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권의 사적(私的)부패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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