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어가행렬

구리시에는 동구릉(東九陵)이 있다. 동구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하여 조선왕조의 9능 17위의 왕과 왕비능이 있는 국내 최대의 왕릉군이다. 구리시는 이러한 동구릉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나아가 소중한 우리문화를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하여 구리시를 세계속의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고자 ‘2005 구리동구릉문화제’를 개최한다.

동구릉문화제는 오는 14일 어가행렬 재현을 시작으로 ‘건원릉친향기신제’ ‘성년례 재현’ ‘시민백일장’ ‘전통무술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가 동구릉과 구리시 관내 일원에서 열린다. 어가행렬 재현은 행사당일 오전 11시 구리시체육관을 출발하여 돌다리 사거리를 거쳐 동구릉까지 약 3㎞에 이르고 행렬인원도 400여 명이 넘는다. 어가행렬에 참여하는 왕과 왕세자, 문무백관은 지난 4월 구리시민 가운데 왕의 위상과 풍모가 있는 사람을 공개모집하였으며, 왕과 왕세자는 구리시 홍보대사로 임명하여 시를 널리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한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이와 비슷한 어가행렬 재현 문화행사를 열지만, 국내최대의 왕릉군과 배릉(拜陵)의식의 근원이 되는 건원릉이 소재한 구리시가 재현하는 어가행렬이야말로 어가행렬의 원조라고 자부한다.

배릉의식의 근원인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능으로 1408년(태종8년)에 조영(造營)되었다 한다. 고려시대의 왕릉 중 가장 장려하고 완전하게 정비된 공민왕릉과 정릉(正陵:노국대장공주릉)의 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건원릉은 조선왕조 왕릉조영의 규범으로 정립되어 후대 왕릉의 표본이 되었다.

조선 초기 오례(五禮)를 규정한 예서(禮書)인 국조오례의는 길례(吉禮)·가례(嘉禮)·빈례(賓禮)·군례(軍禮)·흉례(凶禮)등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국조오례의 길례(吉禮)편에 의하면 새로운 왕이 등극하면 반드시 건원릉 이하 부왕과 모후의 산릉에 참배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배릉의식은 국가적 의례로서 뿐만 아니라 왕이 친히 거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례적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또 국조오례의는 조선시대 기본법전인 경국대전과 동시에 편찬된 국가의 기본 예서(禮書)로서 문화적 가치와 비중이 매우 높다.

이번 구리시에서 재현하는 어가행렬은 거가(車駕)의 출궁(出宮)과 행례(行禮)로서 국조오례의 문헌의 철저한 고증에서 이루어진다. 혹자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는 없고 동양과 서양문화가 들어왔다고 하지만, 한 민족 한 나라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는 그 후손들이 얼마나 발굴 계승 발전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히 보존하여야 할 전통과 문화다. 역사와 전통, 문화, 가치관 등 소중한 것들은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5 구리동구릉문화제’의 어가행렬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관광자원으로 발굴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 싱그러운 주말에, 가족과 함께 ‘2005 구리동구릉문화제’의 어가행렬을 참관하고 구리시의 자랑스런 명소인 동구릉을 찾는다면 가벼운 산책과 청량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1일 웰빙 투어코스’도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5월1일부터 동구릉 관람 시간도 종전 오전 9시에서 오전 6시로 3시간 앞당겨 개방하고 있다. 3시간 조기 개방에 따른 필요인원은 자원봉사자로 충당한다. 동구릉 ‘숲 지킴이’다. 문화재를 사랑하고 자연보호에 관심이 있는 인근주민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난 4월 접수받아 선착순 마감하였으며, 내년에도 실시할 계획이다. 숲 지킴이로 선발되면 활동기간중 동구릉 무료입장과 문화재보호 자원봉사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많은 참여를 기대해 본다.

/이 무 성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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