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거리의 市長

와이셔츠 바람에 앞치마를 두른 그를 보고 시장으로 얼른 알아보긴 힘들었다. 양 어깨에 맨 빨간 앞치마를 가슴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김용서 수원시장은 1일 자원봉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지난 26일 수원 만석공원 야외음악당앞 길 건너편 한길봉사회 경로무료급식소의 점심 시간은 이날도 붐볐다. 1일봉사는 자원봉사 어머니회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장을 비롯한 시청 간부들의 이 자원봉사는 연례행사인 ‘사랑의 삼각끈’ 행사였다. 마음을 모아야하는 2인3각의 달음질처럼 사랑의 삼각끈으로 지역사회를 밝게 하자는 게 행사의 취지로 알고 있다.

주방에서 식판 수십개에 소복이 반찬을 담던 그는 이윽고 시간이 되자 배식에 나섰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밥상을 갖다 바치고 또 바치곤 했다. 반찬 중엔 고깃국이 김을 모락모락 풍기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을 찍으면 그만 둘법도 한데 계속했다.

급식소가 지닌 식판이 150여개라고 한다. 이 식판이 다 나가고 되돌아온 식판이 반쯤 다시 나갈 때까지 시장의 배식작업은 이어졌다. “거리의 시장 아니여!” 시장의 배식을 두고 담소를 나누던 한 좌석의 노인이 한 말이다. 딴은 그렇다. 사무실 집무보다 길거리 집무를 더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욕을 많이 얻어 먹는다. 우만동 고가도로를 만들 땐 거의 날마다 데모를 했다. 차량 행렬이 쾌적하게 빠지는 지금은 그런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지만 다른 공사로 욕얻어 먹긴 여전하다. 도로공사를 유난히 많이 벌인다. ‘거리의 시장’이 좋아하는 도로공사판 때문에 공사기간 동안은 교통체증이 더 심하다. 장안구청 사거리 산업도로 지하도공사만 해도 벌써 1년넘게 출퇴근 시간이면 겹겹이 밀린 차량이 장사진을 이룬다. 그래도 욕을 하거나 말거나다. 고지식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나면 그만 둘법도 한 배식작업을 식판이 바닥 나서도 멈출줄 모른 고지식함과 같다.

시장 티를 낼 줄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네 아저씨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시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일일이 국을 퍼준 적이 있다. 책상머리 보고를 받기보다는 사람들 속에 파고 들기를 좋아한다. ‘거리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지식해서인 지 고집도 세고 배짱도 있다. 한 번 결정된 일은 고집불통으로 밀고 나간다. 도비 보조나 국고 보조를 잘 따내는 것은 그의 배짱이다. 시장이 되는 데, 또 시장이 되고나서도 많이 밀어주었다고 자칭하는 사람들로부터 탓도 많이 듣는다. 자신들을 안 돌아본다는 게 이들의 불평 불만이다. 그래도 그러거나 말거나다.

‘거리의 시장’에게 쏟을 진짜 불평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많다. 그 가운데 생활행정에 드는 것으로 쓰레기 문제를 들겠다. 이면도로 구석구석은 말할 것 없고 심지어 대로변에도 쓰레기 투성이다. 이면도로는 쓰레기 차량이 다니는 아침 시간이면 동네 주차장이 되어 드나들 수 없고, 대로변은 차량 행렬이 쓰레기 봉투를 터뜨리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나 재활용품 집결지 또한 무질서하다. 이로인해 동네싸움이 곧 잘 일어난다. 시민의식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형편이 이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창의행정이 아니다. 환경미화원을 탓하고 청소행정 공무원들을 나무래서 될 일이 아니다.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특유의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예산이 소요되면 투자 또한 주저해선 안된다. 명색이 ‘거리의 시장’이 되어 시가지가 쓰레기로 오염되는 것을 착안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지정시’ 승격 추진을 현안으로 삼고 있는 것도 마땅치 않다. 시 공무원들의 직급이 올라가는 것은 좋겠지만 시민들은 세부담만 더 늘어난다. 서둘 일이 아니다.

대체로 열심히 뛰는 정열적인 모습은 보기가 참 좋다. 생일은 모르지만 1941년생으로 안다. 노인들에게 밥상을 갖다가 바치긴 했으나 그도 내년이면 노인법에 의한 법정노인이 된다. 예비노인으로서 이를테면 호된 노인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사랑의 삼각끈’ 올 행사가 한길봉사회에서 있었던 것은 수원 노인들을 대표한 장안구 송죽동과 팔달·권선구 등 인근 동 노인들의 행운이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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