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나는’ 범인에 ‘기는’ 경찰

이번에 검거된 부녀자 마취강도 피의자 나모씨(35)는 말 그대로 날아 다녔다는 말이 어울렸다. 범행당일은 늘 핸드폰 전원을 끈 채 집에 뒀고 방송에 자신의 범행현장이 공개되자 바로 광주로 이사했다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평상시 범행에 대한 사전 준비도 치밀했다. 나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경찰 수사용 교재가 발견됐다. 당시 책에는 경찰이 현재 사용하는 모든 수사기법이 기록됐다. 실제로 나씨는 경찰이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인터넷이나 통신 수사 등 모든 기법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수사에 참여한 한 형사는 “지문을 닦는 것 정도는 아주 초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 위에서 날던 나씨도 수사진의 끈질긴 노력에는 무력했다. 철두철미한 몸놀림도 부천 중부경찰서 정춘근 반장을 비롯한 형사들의 매서운 눈을 피하진 못했다.

뚝심이 통했다. 용의자와 비슷한 연령대 동일 수법 전과자 18만5천명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했고 은행 현금인출기 폐쇄회로 TV(CC-TV)에 찍힌 동그란 귓불과 코 등이 유일한 단서였다. 정 반장은 사진 100장을 보면 2~3장을 골라 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가상 용의자 행적을 추적했다. 사진을 본 지 4개월만에 결국 피의자를 특정해 확인했다.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현장에서 잠복 근무중이던 차량 번호는 모두 경기도 소속이었다. 나씨의 수첩에는 잠복 형사들의 차량 번호가 기록돼 있었다. 나씨의 연고지에서 15일동안 잠복 수사를 펼쳤던 형사들은 출장비가 모자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첨단화된다. 범인보다 앞선 장비와 기법을 챙기지 않으면 수사 미래는 어둡다.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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