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의 당위성

지난달 14일 프레스센터에서 1천10명의 인천·경기·서울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한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을 위한 주비위가 발족했다. 경인지역 시민사회단체·언론종사자와 희망조합(전 iTV직원 모임)이 주축이 됐다. 지역성과 공익성, 시민참여의 원칙을 표방하면서 노력한 작은 성과이자 새방송 출현의 신호탄이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경인 새 방송 주비위는 지난날 iTV의 과실에 대한 직원들의 반성과 투쟁에서 출발했다. 기존 방송으로부터 소외된 경인지역 시민들의 시청자 주권의식에 바탕을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1997년 개국한 iTV는 2000년 가시청권역을 경기남부권으로 확대하며 명실상부한 경인지역의 지상파 방송으로 그 입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은 방임한 채 서울 중심·중앙 지향적인 방송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지난해 12월 방송위원회는 iTV에 대한 퇴출을 결정했다. 그 이유는 방송을 통한 유무형의 수익과 방송권력을 향유하여 왔던 집단들에 대한 경종이었다. 특정인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발판 역할까지 내몰렸던 경인방송의 사영화와 경영능력과 의지가 결여된 사업주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를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멀리는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탄생한 국민주 언론인 한겨레 신문의 창간에 이어 20여년만에 경인지역에서의 새로운 시민참여 언론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소극적인 방송 소비자에 머물렀던 지역 시민들이 주비위원이 되고 발기인이 되고 주주가 되어 건강한 지역방송, 시민참여 방송을 만들기 위해 서명을 받고 푼돈을 모으고 있다. 방송의 주인으로 참여하기 위한 민주언론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윤 동기에 기반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건강한 기업 자본의 참여를 통해 그들과 함께 새로운 방송을 만들려는 것이다.

따라서 경인지역에 세워질 새로운 방송사는 시민의 다양한 참여와 접근을 제도화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실질적인 시민참여 방송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새 방송사는 건강한 주주의 직원,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공익성과 지역성, 시민참여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노성대 위원장은 올 상반기 안에 인천·경기 지역의 지상파 방송 사업방안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지난 3월10일 통합방송위 출범 5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경인지역 시민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줄 새 방송을 위한 출발에 많은 분들이 주인으로 참여해줄 것을 호소드린다.

/이대수 경기시민사회포럼사무처장 경인방송주비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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