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산불예방 의식 다질 때

공휴일이자 한식이었던 지난 5일 식목일은 전국 곳곳에 대형 산불이 번지면서 악몽의 잿더미 잔해를 남긴 ‘화(火)요일’로 각인됐다. 전국 16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수십년 된 고목들을 한순간에 집어 삼켰고 주민 수 천명이 긴급 대피한 데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천년 고찰 낙산사가 거의 전소되면서 귀중한 문화재도 잃었다.

지난 95년 이후 10년동안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521건으로 피해 면적이 2만7천㏊를 넘었고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전국 산불 피해 면적 4만2천500㏊의 60%에 이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부와 여당은 예전에도 그랬듯 산불 예방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강원지역 산불은 지리적 특성인 푄현상으로 고온 건조한 강풍과 인화성이 강한 소나무가 많아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원인이 강조되고 있지만 초동 대응 미숙이나 잔불 처리 미흡 등은 화마를 키운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됐다. 문제는 매년 비슷한 시기 동시 다발적으로 꿈틀대는 산불을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일이 터진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임시 처방용 구호가 반복되는데 있다.

정성을 들여 가꾼 푸른 산하를 하루 아침에 폐허로 바꾼 산불은 이제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으로 간과해선 안 된다. 불에 타 없어진 나무를 심기 위해 1년 열두달을 식목일로 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산불 예방만이 최선의 길이다.

/조 윤 장 기자 j60@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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