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목구어(緣木求魚)다.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말이다. 한글사전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을 비유하는 뜻이라고 풀이해 놨다.
또 하나의 생소한 뉴스가 우릴 괴롭힌다. ‘러 유전 피해 65억 떼일판…’이란 기사를 제목만 얼핏 보아서는 무슨 말인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은 이미 오래전에 벌어졌다. 러시아 유전개발회사 중 하나인 알파에코사 인수 조건으로 계약금 620만달러를 송금한 것은 지난해 9월3일이다. 약정한 인수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돈이다. 철도공사가 산하 단체인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앞세워 이 돈을 우리은행에서 빌려 보냈다. 이런 사실을 무려 7개월동안 우리가 몰랐던 것은 철저히 비공개사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또 유전개발합작회사로 무슨 ‘코리아크루드오일(KCO)사란 게 급조되고, 러시아 회사와 밀고 당기는 우여곡절 끝에 계약 조건이 파기됐는 데도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 결국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렁속 보다 깊이 묻혔던 그 간의 과정을 여기에 장황하게 옮길 필요는 있을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석유공사도 아닌 철도공사가 뜬금없는 유전사업에 왜 손을 댔느냐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수익선의 다변화’를 구실삼은 것으로 전한다. 돈만 되면 뭣이든 다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만든 배경 설명이 또 가관이다. ‘수도권의 인구 분산과 철도교통의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철도교통의 활성화는 그런다손 치더라도 철도기관이 웬 ‘수도권의 인구 분산’을 들먹이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도 그렇다. 경기도의 경우, 유입인구 집중은 역대 정부가 신도시 건설이다 대단위 택지조성이다 해가며 부추긴 것이지 경기도가 좋아서 불러들인 건 아니다. 이 정부 또한 전철을 밟아 여전히 그같은 도내 인구 유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철도공사까지 수도권 인구 집중이 마치 지역의 죄업인 것처럼 들먹이는 것은 연목구어 같은 소리다.
연목구어인 것은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에 나선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공사가 한다고 해도 성공률이 매우 낮은 것이 유전사업이다. 유징이 있어도 막상 시추를 해보면 유정을 만나는 확률은 10% 내외다. 이런 모험을 돈이 된다면 아무리 뭣이든 한다고 하여도 그렇지, 전문기관도 아닌 문외한들이 손댄 것부터가 연목구어다. 알 수 없는 것은 문외한들이 왜 쉬쉬해가며 들고 나섰느냐는 것이다. 무슨 명목으로 어떻게 구렁이알 같은 은행돈을 65억원이나 빼낼 수 있었는 지도 궁금하다.
희한한 미스터리의 전말에 이광재 의원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여권 386세대 실세가 하필이면 좋지않은 일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니 참 딱하다. 듣건대 이 의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에너지 문제 일환으로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에 여러가지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한다. 에너지 문제야 아무리 관심을 가져도 지나침이 있을 수 없는 절실한 과제다. 다만 궁금한 것은 그같은 관심이 러시아의 알파에코사 인수 작업과 어떤 함수관계냐는 것이다. 이 의원의 관심으로 그런 작업이 시작됐는 지, 그같은 작업이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 지가 중요하다. 이도 저도 아닌 우연의 일치라면 이 의원과 가까운 KCO 인맥과 철도공사 사장 등 접촉에 대한 의문에 석명이 필요하다.
개혁은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지만 이도 순리와 역리가 있다. 산 중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는 순리가 아닌 역리다. 순리엔 비전이 보이지만 역리에는 혼란을 가져온다. 이 정권의 개혁이 역리에 치우치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이래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그간의 혼란이 순리를 외면한 개혁의 실패에 기인한다.
러시아 유전사업이 에너지대책의 순수한 의도였는 지, 또 다른 알파의 의도가 있었는 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덤벙 술덤벙 같은 연목구어식 개혁의 연장선상이라는 사실이다. 개혁은 의지가 요구되지만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분야마다 전문가의 안목이 수반돼야 한다. 다원화·다중화 사회의 개혁을 한 사람의 의지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개혁독재다.
개혁독재가 개혁부패를 가져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또 하나의 생소한 연목구어의 러시아 유전 뉴스가 얼마나 우리를 식상하게할 지 걱정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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