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선상역사가 처음 생긴 것은 1969년 6월10일 완공된 동대구역이 효시다. 경부선 역구내 철로위로 대규모 역사를 세우고 주변의 철로위에 고가도로를 내는 동대구역 선상역사 건립 당시엔 말이 참 많았다.
만약 전쟁이 나 역사를 파괴당하면 철로가 잔해에 묻혀 경부선이 불통된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안보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선상역사가 건립된 것은 철로를 불통케 하는 요량은 그 대상이 비단 선상역사만이 아니라는 최종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수원역도 선상역사다. 철도청이 민간자본 75%를 끌어들여 지난 1999년 5월에 착공하여 2002년 12월 완공했다.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13만220㎡ 가운데 지상 2층의 1만1천591㎡만이 역무시설로 쓴다. 나머지는 백화점 및 상가와 부대시설 등이다.
수원선상역사는 지은지 얼마 안되기도 하지만 시설이 꽤 잘되어 있다. 깨끗하고 오밀조밀한 게 마치 이국풍을 느끼게 한다. 서울 노숙자들이 수원역으로 몰린다고 한다. 승객이 뜸한 11시 넘어 새벽녘까진 역 대합실이 노숙자들의 쉼터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보다 약 배가 는 100여 명이 안식처로 삼고 있다고 한다.
24시간 개방된 데다가 난방을 줄곧 돌리기 때문에 따뜻한 게 노숙자들에겐 더 할 수 없는 밤의 보금자리가 됐다.
현대식 수원선상역사가 노숙자들의 쉼터로 각광받는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불행한 사회적 단면이기도 하다. 아직도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올 봄은 늦을 거라는 게 기상대의 관측이다. 그래도 수원선상역사가 있어 노숙자들이 추운 이 막바지 겨울 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노숙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공공시설물을 아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욱 바라는 것은 올핸 일자리를 찾아 오는 겨울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입장 변화다. 노숙자 없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좋아져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물론 본인들의 재기 의욕도 있어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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