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평생을 교직에 바친 스승의 마지막 수업을 지켜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안타까움과 경외로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교단을 떠나는 노 스승의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과 그를 바라보는 또렷한 눈망울은 천연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를 세계 속에 우뚝 솟게 한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인생의 모든 것을 교단에 바치고도 모자라 마지막 정열까지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당신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에 계셨기에 온갖 풍상 속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직업도 아니며, 근무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선생님들이 한 평생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음은 이 사회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제자들의 늠름한 모습과 가끔씩 걸려오는 안부전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원로교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최근에 불거져 나오는 일부 극소수 교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음은 교단이 다른 직종에 비해 더 많은 도덕성을 요구받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은 다른 이익집단에 비하여 청렴함이 분명하기에 작은 흠도 쉽게 드러나는 것이리라.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대의 젊은 스승에게 70~80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스승 공경의 풍토가 있었으나, 지금은 교원을 우대하겠다는 법령이 제정되었음에도 사회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존경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타고난 인성이 선하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덕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다. 세인들이 좁쌀스럽다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으나, 스승이 대범하다면 그들을 스승이라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결혼적령기에 든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직업으로 교사를 꼽았다고 한다. 다른 직종에 비하여 자신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고, 남녀차별이 없으며,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필자는 드러나지 않은 제일 중요한 이유는 인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학교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거행되고 있고, 선생님중 일부는 다른 학교로의 전근문제로 어수선하면서도 신학년 준비로 바쁜 학년말 기간이다. 필자도 교육위원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있기에 많은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하곤 하였다. 진학률이 높아져 졸업에 대한 아쉬움이 예전 만은 못하지만,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6년을 다니던 정든 곳을 떠나는 섭섭한 마음은 여전하리라. 전에는 아이들이 섭섭해서 눈물을 떨구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고 오히려 아이들이 모두 떠난 교실에서 허전함에 눈물짓는 교사들은 늘어났다는 연세 지긋한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사명감과 명예가 없으면 이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 같다는 우리의 스승님,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들이라도 그들의 이름을 척척 맞추고, 학창시절 일화를 끊임없이 엮어대는 선생님, 제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그렇지않다 하니 과연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하는 스승님의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필자가 느낀 것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선생님, 스승님이 계셨기에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늘 교문을 나서며 잠시나마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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