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에 대한 시각

얼마 전 서울시 교육청이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던 학력 평가를 위한 일제고사 부활 방침을 밝혔다. 방침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일선 교육 주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들,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해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가히 ‘교육 문제’였다. 그동안 교육 문제에 관한 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일만한 논쟁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본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 단지 교내에서 실시되는 시험으로 인해 이처럼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한민국은 교육의 나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그와 같은 논쟁을 부정적인 시각만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의 교육열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우리의 여러 가지 여건(좁은 국토, 많은 인구, 부존자원의 절대 빈곤 등) 속에서 세계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이 점에서는 현재 찬반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는 모든 사람들도 동의하리라고 믿는다.

문제는 과연 무엇이 학력 수준을 높일 수 있는가, 그것이다. 창의력으로 무장하고 다방면에 걸쳐 소양을 갖추고 있으면서 전문 지식 혹은 기술이 요구되는 교육의 목표는 이미 우리 모두가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방안으로 들어가면 각자 교육 경험과 철학 등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그동안의 학교 교육의 병폐를 문제 삼으면서 독서와 교과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원하는 교육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육 담당자들도 있다. 반면 그동안 우리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하면서, 이제는 보다 교과학습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어느 주장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들의 학력 수준 저하를 피부로 느낀 필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학교 교육보다는 보다 강화된, 학교 교과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못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에서도 대학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기초 과목에 대한 재교육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채용한 인력을 활용해야 하는 기업들 역시 신입사원들의 수준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면서 대학 등 교육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들에게 쓴 소리를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자율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 교육이 받은 성적표는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대학에서는 기초 한자 교육을 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그동안 우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면서, 멀리 있는 산만 바라보고 당장 필요한 등산 장비를 챙기지 않은 꼴이다. 우리는 지금 그 과오를 고쳐야만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다시 한 번 부연하면, 결론적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 소양, 즉 그릇을 넉넉하고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 그릇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담당해야 할 사안이다.

사교육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그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사교육은 이미 범람의 단계에 있다. 일제고사를 부활한다고 해서 가라앉을 사교육 시장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축소될 시장도 아니다. 일제고사 부활과는 상관없이 사교육 시장은 그대로 존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명분이나 정당성만 가지고 대책을 만들 수 없는 것이 바로 교육 문제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학력 신장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조 흔 구 전 의정부시의회 의장 (사) 21세기통일봉사단 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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