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수능/■ 전문가들이 보는 입시판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 25만여명에서 22만여명으로 줄었지만 수험생 수도 매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또다시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점수대가 두터운 중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막판 눈치작전으로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를 보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생부나 수능성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과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실장 등 입시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입시 경향과 전망이다.

◇수리·외국어영역 점수차 커= 1∼2등급의 상위권 학생은 수리와 외국어영역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1등급 수리영역의 경우 ‘가’형은 131점, ‘나’형은 140점으로 2등급과 각각 6점,9점의 차이를,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각각 5점, 7점의 점수차를 보였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 중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점수에 따른 지원가능 대학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연합

■ 표준점수 첫해 뜻밖의 결과들

선택교과 위주의 제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데다 원점수 없이 표준점수만 수험생에게 제공된 올 수능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도 상당수 나와 교육당국을 당황케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선택과목인 아랍어Ⅰ에서는 표준점수로 거의 산출되기 어려운 ‘100점’이 나오기도 했고 과학탐구 생물에서는 똑같이 1문항을 틀렸어도 3점짜리를 틀린 수험생은 3등급으로 떨어져 낙심한 반면 2점짜리를 틀린 수험생은 1등급에 입성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모든 과목에서 백지답안을 내더라도 시험만 제대로 응시하면 일정 ‘표준점수’가주어지고, 그것도 선택과목에 따라 다른 점수가 제공되는 것도 그동안의 입시관행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아랍어Ⅰ 표준점수 ‘100점’ 출현= 표준점수의 범위는 언어.수리.외국어가 0~200점,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은 0~100점이지만 앞의 것은 대체로 40~160점, 뒤의것은 20~80점으로 변환된다.

이에 따라 올 수능에서도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언어 135점, 수리 ‘가’형141점-‘나’형 150점, 외국어 139점, 사회탐구 61~68점, 과학탐구 63~69점, 직업탐구 66~79점 등으로 산출됐다.

제2외국어/한문도 아랍어Ⅰ을 뺀 다른 과목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유독 아랍어Ⅰ에서 100점이, 그것도 남·여학생 1명씩 2명이나 나온 것은 그만큼보기 드문 현상. 남명호 평가원 수능 관리처장은 “중동지역에서 살다온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아랍어의 ‘아’자도 전혀 모르는 학생도 응시하는 등 ‘극단적인’ 분포를 이뤄 평균점수가 아주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로 표준점수가 200점 또는 100점을 넘어가게 되면 200점이나 100점으로 처리하게 된다.

아직 정식과목으로 채택한 고교가 없는 아랍어Ⅰ은 지난 6월 모의수능 때 1명만응시, 유일하게 표준점수를 내지 못한 과목이어서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

◇생물Ⅰ, 문항 배점이 1/3등급 갈라= 1점짜리나 2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1등급을 받았고 3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2등급도 아닌 3등급을 받았다.

이 과목에서 원점수 만점자는 3천859명으로 2.26%, 또 1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1천338명으로 0.78%, 2점짜리 1문항을 틀린 학생은 1만9천18명으로 11.14%,또 3점짜리 1문항을 틀린 응시자는 385명으로 0.22%였다.

이들에게는 각각 표준점수 64점, 62점, 61점, 60점이 주어져 2점짜리와 3점짜리를 틀린 학생간 점수차가 1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점자와 1점짜리를 틀린 학생은 당연히 1등급(4%)에 들었으나 그 비율이 3.04%에 불과해 2점짜리를 틀린 수험생 11.14%가 대거 1등급에 포함됐고, 따라서2등급이 상위 11%에서 끊김으로써 2등급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3점짜리를 틀린 응시자는 아깝게 3등급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1문항을 틀리고도 3등급을 받은 경우는 원점수 만점이 양산되면서 2등급까지의 기준선인 11%를 넘은 윤리, 한국지리, 러시아어Ⅰ에서도 나왔다.

6차 교육과정에서 윤리, 국사, 한국지리를 필수선택 과목으로 배웠던 고득점 재수생 또는 이른바 ‘반수생’(대학 재학중 수능 응시자)이 모의수능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대거 본수능에 응시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평가원이 이들의 동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이다.◇‘봉우리형’ 돼야 할 표준점수 분포, ‘쌍봉형’.‘파도형’ 등도 많아= 평균점수에서 떨어진 상대적인 거리를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산봉우리형을 이뤄야 정상이지만 응시자가 적고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선택과목 등에서는 예외도 있었다.◇최소-최대 응시 영역·과목 1만배 이상 차이=수험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영역 또는 선택과목은 외국어(영어)로 57만431명이 시험을 치렀다.반면 직업탐구의 선택과목인 해사일반은 단 55명만 시험을 봐 외국어영역과 무려 1만371배의 차이가 났다.

/연합

생소한 수능용어 ‘이뜻이에요’

◇표준점수

응시영역과 과목의 응시자 집단에서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이다.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에서 계열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누어 산출된다. 성적통지표에 표준점수만 공개하고 원점수, 총점 등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영역과 과목이 ‘선택’으로 바뀌어 응시하는 학생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선택과목이 있어 이들 과목간 난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학도 일부 영역의 점수만 활용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역별 원점수는 비교해도 의미가 없다.

◇백분위

전체 수험생의 성적을 최고점부터 최하점까지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개인 성적의 상대적인 위치를 정수 1~100점의 백분율로 나타낸 서열척도다.

따라서 선택과목별로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차이가 날 수 있어도 백분위는 변하지 않지만 동점자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등급

성적표에 영역별·선택과목별 등급이 1~9등급으로 표시된다.

표준점수의 상위 4%가 1등급, 4~11%가 2등급, 11~23%가 3등급, 23~40%가 4등급, 40~60%가 5등급, 60~77%가 6등급, 77~89%가 7등급, 89~96%가 8등급, 96~100%, 즉 하위 4%가 9등급이다.

/최용진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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