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분도설의 음모, 그들은 누군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산인가, 허성관 장관의 행자부 처사가 괴이하다. 경기북부의 접경지역지원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우선 착수된 게 81건에 175억원 규모다. 물론 이걸로는 턱도 없다. 더 많이 해야 한다. 한데, 행자부가 더 도와주기는 커녕 시비를 걸고 나섰다. 접경지역은 국가 안보의 요충이다. 접경지역지원사업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이런 데도 굳이 현지 평가를 하겠다고 뜬금없는 말을 한다. 좋다. 현지 평가가 나쁠 건 없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삭감하고자 하는 구실 찾기의 억지가 문제다.

허 장관은 경기도 분도추진은 할만 하다며 훈수한 사람이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그랬다. 문희상씨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두기가 바쁘게 경기도 분도 얘기를 꺼낸 건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른바 분도설은 이런 배경과 훈수꾼들의 잇따른 애드벌룬 속에서 진행됐고 또 되고 있다. 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다. 그렇다고 그들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 수도권에 여권이 갖지 못한 광역단체장 자리 하나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분도 추진의 정치적 음모다. 하긴, 수도 이전까지 획책한 사람들이 뭘 못할까 마는 당치 않다. 분도가 부당한 이유는 이모 저모로 이미 수차 밝혔고 또 모르고 어거지 구실을 내세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상대할 필요는 있을 것 같지 않다.

하여튼 경기도청에서도 분도를 반대하니까, 그럼 어디 맛좀 봐라는 식으로 북부 주민을 위한 접경지역지원사업 마저 볼모로 삼는 것은 해도 너무 한다. 북부 주민을 위한다는 그들 말이 얼마나 허구인 지를 드러낸다. 이만이 아니다. 이 정권이 하도 정치를 잘해서 기업이고 장사고 뭐고 제대로 되는 게 없는 민생고로 인해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자치단체 재정이 몹시 어렵다. 경기도 역시 재정이 좋지않아 국비지원이 절실한 마당에 주던 국비도 깎아내어 보조금 살리기가 한창이다. 이런 데도 명색이 정권의 실세라는 북부출신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분도하면 북부지역 주민들을 마치 꽃방석에 올려놓을 것처럼 무책임하게 떠드는 걸 보면 정말 다른 지역사회가 하는 게 부럽다. 예컨대 대구·경북은 1981년 갈라진 후 양측 모두 경쟁력이 떨어져 공멸하고 있다면서 ‘경기북도 분도추진위’와는 반대로 ‘대구시·경상북도 통합추진위’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 82%가 이에 찬성하는 가운데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지사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들린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지역총생산이 67조원에 이르러 서울과 경기에 이어 3위로 도약할 것으로 보는 공조공생론이 크게 탄력받고 있다. 통합론은 광주시와 전라남도 등지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판에 유독 경기도만이 거꾸로 분단되면 남·북도 모두 2위는 커녕 대국 망하고 소국 망하는 꼴이 될 게 뻔하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조건 충성과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열린우리당 노사파(盧思派)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해찬 국무총리의 뜻을 거스른 행위는 개혁을 반대하는 반개혁 세력으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개혁이 혼미해져 도대체 개혁의 실체가 무엇인 지 잘 알 수 없으나 경기도 분도 역시 개혁의 이름으로 이같은 기류와 접목한다면 기전사회 고유의 정서에 대한 반역이다.

예컨대 전래의 경기민요는 사설이 정돈되고 기교적이면서 하나의 아류를 이뤄 두 아류로 나뉠 수 없는 게 특성이다. 경기도의 남북 분단을 반대하는 것은 갈라지면 서로 불구가 되기 때문이다.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으로 북부지역이 각광받기 위해서도 경쟁력 있는 경기도로 함께 가야 한다. 분도론자들이 진정 북부지역을 위한다면 공연한 불화를 일으켜 부채질 하기 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하늘을 우러러 성찰하여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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