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공무원 신뢰잃은 안시장

모든 피의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 판결이 있은 뒤에야 죄값을 치르든, 명예를 회복하든 둘 중 하나다.

더구나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의 주인공 안상수 인천시장은 아직 검찰의 기소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그를 두고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공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불만중 하나도 바로 이 문제다. 공무원들이 이렇게까지 안 시장을 신뢰하고자 했던 건 그가 평소 청렴성과 도덕성 등을 강조해왔고 자신도 그런 모습을 보이려 애써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안 시장이 ‘정치적 쇼’를 작정하지 않은 이상, 2억원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안 상태에서 스스로가 클린센터에 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공무원들의 생각이다. 충성심이 없는 공무원들 조차도 안 시장을 믿어온 이유다.

하지만 19일 경찰의 수사 결과는 안 시장을 믿었던 공직사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안 시장이 자신이 먼저 전화해 공여자와 만났고 집주소를 적어준 점, 굴비상자를 전달받은 지 4일이 지나 확인해 준 점, 공여자를 알고도 출처가 불분명한 것처럼 속여 클린센터에 신고한 점 등 모든 게 거짓말로 드러났다. 안 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며 정황들이 확실하냐는 수사한 경찰이 자신하고 있고 사건을 자주 접해본다면 경찰 수사에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시장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거짓말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리고 얼마뒤 전체 공무원들 앞에서 어김없이 “돈을 받지말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수일 전부터 뇌물공여자와 전화통화를 했으면서 말이다.

/박혜숙기자 ph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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