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N의원이 며칠 전 공무원을 시의회로 불러 내 지인의 민원처리과정을 따진 건 옳은 처신이 아니다. 더구나 도시건설전문위원실에 불려간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으로부터 폭행당해 갑작스런 충격과 고통으로 3일동안 병원신세까지 졌다고 한다. 급기야는 경찰서에 민원인을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이 사건으로 안양시 공무원노조는 진상 조사와 함께 강경 대응하기로 하는 등 공무원들의 심기가 편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의원이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감싸 안는 건 인지상정으로 돌릴 수 있다. 문제가 커지는 건 폭행보다는 근무중인 공무원을 시의회로 호출했다는 점이다. 그러찮아도 일부 시의원들의 ‘상전’ 노릇에 많은 공무원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터에 아랫 사람 부리듯 오라가라 하니 공무원들이 성을 내는 건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시의회 위상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불과 1개월 전 시의회는 선진의회 도약 운운하며 의회 운영 개선(안)을 발표, 공무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었다. 의회 개혁을 외치는 젊은 소장파 의원들도 돌연 이번 사건으로 찬물 세례를 받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다선 의원의 전형을 보여야 할 선배가 가벼운 처신을 했다는 것이다.
비록 해당 의원은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의회에서 공무원을 만났다는 자체가 ‘힘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주변 여론이다.
아무리 지인의 고통이 크다고 해도 민원 처리 적법성 등 해명을 듣고자 했다면 공무원을 직접 찾는 노력을 보였다면 N의원이 이처럼 곤혹을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갓’을 똑바로 고쳐 쓴다 한들 ‘오얏나무’ 아래선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정탁 기자 jtlee@kgb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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