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러기의 교훈

국회가 열리면서 상생의 정치를 한다고 말씀들을 하셨는데 과연 상생의 정치를 하는지 궁금한 시점에서 기러기의 교훈을 생각해보았다.

첫째로 기러기는 하늘을 날아갈 때 언제나 V자 형태로 날아간다. 이런 V자 형태에는 뜻이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 서로가 서로를 협력하면서 날아가고 있다는 행동의 표현인 것이다.

둘째로 기러기는 혼자 날아가지 않고 반드시 떼를 지어 날아간다. 떼를 지어 날아가면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약 71%나 더 오래 살기 때문이다.

셋째로 기러기들은 날아가면서 계속 노래를 부른다. 이들이 날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소리들인데 그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통하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넷째로 기러기들은 그들의 단체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보는 것이다. 그 이유로써는 만약 목적지를 가는 도중에 지친 동료가 있다거나 낙오자가 생기면 그 동료를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모두들 머물면서 힘을 얻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사회의 공동체 생활에서 얼마나 서로들 협력하면서 생활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 있게 협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몇퍼센트나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친구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인간은 동물과 달라 일의 종류도 많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함께 하는 일이 있는데 함께 하는 일 중에 얼마나 동료나 이웃을 더욱 건강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말이나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다. 동료나 이웃이 지치고 힘들 때 얼마나 도움을 주면서 용기를 내게 하고 그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인내심을 발휘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인간이다. 그러기에 만물의 영장이고 하찮은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를 어지럽히는 각종 사건들을 들으면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게 된다.

우르르 무너지는 건축더미 앞에서 더욱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며 매일 일어나는 교통사고에서 질서 있는 생활과 함께 양보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아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폭력을 휘둘러 남을 다치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행동 앞에서 우리는 협력자가 되고 격려자가 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다정한 마음의 손을 잡을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하게 된다.

멀쩡한 길가의 가로등이 깨져 있고 공중전화의 수리비가 수억 원을 넘는다는 말을 들으면 이 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인데 왜 주인이 주인의 물건을 함부로 사용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언젠가 서울에서 어린 초등학생이 버스정류소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그 어린이들 앞에서 어른들의 한 떼가 질서 없이 우르르 몰려가 버스를 타는 것을 보았다. 아마 그 어른들에게 ‘어린애만큼도 못하군요’라고 말을 해준다면 그 어른들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할까 아니면 ‘네까짓 놈이 뭔데 남의 행동에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 건방진 놈!’이라고 삿대질을 할까?

신문, 방송이나 그 외의 각종 언론매체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고 싶다. 교통사고 없는 뉴스시간을 맞고 싶다. 상생의 정치를 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뇌물사건이나 폭력과 살인사건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화하고 협력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나보다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고 절망에 빠져 있는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꿈을 다시 키우게 하는 사랑의 민주생활이 늘 꽃피워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세상이 삭막해져만 가는 것 같아 기러기의 교훈을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양승본 서원고교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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