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면 어떠냐!”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민주당 당내 후보시절 영남대서 가진 특강에서 이렇게 말 했다. 만약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그래서 재야 정치인이나 아니면 국회의원의 입장에 있다면 그 누구보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극력 반대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노 대통령이 이라크 추가파병을 거듭 천명하면서 지하 테러에 대해 강력한 대처 의지를 밝혔다. 누구보다 미국을 싫어했던 그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김선일씨 참수 이후에도 변함없이 피력한 것은 미국, 특히 부시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막상 대통령직을 맡고 보니까 나라 살림이 그런 것만도 아니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노총은 파병반대를 노동쟁의와 연계시켜 산하 100여개 노조로 하여금 총파업에 들어가도록 했다. 대통령의 지지층이었던 민노총이 파병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심지어는 ‘노사모’같은 친노세력도 분열되어 일부는 노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 같다.
생각해 본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부존자원이 변변치 않은 국토다. 수출을 해먹고 사는 나라에서 미국과 등지면 당장 통상마찰이 일어나 수출이 막힌다. ‘수출이 막히면 대수냐’는 호기아닌 호기는 무책임하다. 미국시장이 막히면 성장 잠재력이 급감한다. 투자는 둔화하여 기업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금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오면서 민생은 더욱 도탄에 빠진다. 실업률은 급증하여 내수는 엉망이 될 게 불을 보듯이 뻔하다.
민노총은 노동자 월급을 더 올려주고, 주5일 근무제로 노는 날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월급을 더 많이 올려주어야 한다고 우긴다. 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자면 기업투자가 더욱 활성화해야 하고 또 미국시장을 더 많이 개척하면서 다변화 해야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때론 명분과 실리가 상반될 수 있는 것이 세상사다. 명분을 쫓아 반미를 한다고 하여 누가 우리를 밥 먹게 해줄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보다 더 잘 사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가 명분을 몰라서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아니다. 다 자국의 이익과 민생을 위한 실리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시장이 막혀 거덜나게 되는 기업도산으로 인해 살기가 어려워지면 ‘못살겠다’고 아우성 칠 사람들이 반미를 신앙화하는 것은 의문이다. 노 대통령의 변함없는 추가파병 천명은 친미도 반미도 아닌 실용주의다. 파병반대를 해도 민노총의 자매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할 일이지 노동단체인 민노총이 할 일은 못된다.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고 김선일씨는 참으로 아까운 사회 인재였다. 하지만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는 비겁한 복면 테러단체의 협박에 못이겨 파병을 철회해서는 이런 나라가 어떻게 국제사회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김선일씨 피랍에 따른 파병반대 시위자들은 덮어놓고 파병철회의 목청만 높일 것이 아니라 ‘철회의 국내 주장도 있으니 석방하거나 참수를 연기해 달라’고 했어야 하는것이 참다운 구명운동이었을 터인데도 이런 말을 하는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연이나 파병철회를 요청한 민노총은 파업과 연계한 파병반대를 사회개혁적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치 않다. 노동운동의 정치운동화는 자유민주주의의 질서 위반이다. 대체 민노총의 사회개혁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노동개혁은 가능해도 사회개혁이나 정치개혁은 거리가 먼 것이 노동운동 본연의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혁명적 개혁의도가 아니라면 노동운동의 한계를 일탈해선 안된다.
친미니 반미니 하는 용어의 유희는 다 부질없는 소리다. 우리가 이런 꼴 저런 꼴을 안보고 잘 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민중역량을 모아 국력을 키우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
/임양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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