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재고해야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는 삼국시대 고구려가 졸본에 도읍을 정한 것이 효시다. 그후 수도는 국내성~평양~철원~개성 그리고 지금의 서울인데 이러한 변천은 수도로서의 적지를 찾아 남하한 것이 아닌 북풍에 밀렸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서울정도 500년, 끊임없는 오랑캐와 왜구의 침노에 대항해 오면서 국토가 양단되는 비극을 낳았지만 한반도의 영원한 수도는 서울로서 더이상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Maginot Line)이며 북방민족에 승부수를 걸지 않으면 민족의 생존은 보장받지 못한다. 이같이 민족의 얼이 밴 서울을 놔두고 또다시 남쪽으로 수도를 옮기는 법률안을 선거에 매달려 통과시킨 여야 국회의원의 신중치 못한 결정에 국민은 아연할 뿐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수도권 과밀인구의 억제, 그리고 안보상의 이유를 천도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한편 생각하면 충청도가 최적의 피난처라는 허무맹랑한 정감록의 민간신앙도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

좀다른 얘기지만 6·25때 미8군은 지금의 각군 본부가 들어선 계룡대를 군사령부 부지로 할양해 줄 것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요청했을 정도로 이 지역은 전략상 요새이긴 하나 지금은 시대도 변했고 더욱이 이번 행정수도와는 무관하다.

수도의 기능이 분산된 네덜란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와는 현실적으로 다르며 천도에 따른 국민심리의 불안, 외국공관의 대거 일본으로의 철수, 경제압박으로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당백전, 면죄부가 등장할 수도 있으며 장기계획을 앞세워 야당에 의한 정권창출의 길을 막으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사람을 떠받치고 있는 힘은 허리뼈와 골반이다. 이 힘을 무릎으로 옮긴다면 어떻게 사람이 직립하겠는가. 남방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황현성·화성시 태안읍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