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랜만에 신바람이 났다. ‘소양강 처녀’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는 노래 합창이 3층에서 1층까지 울렸다. 노인 분들 눈은 강단의 최미자 지도사의 일거일동에 쏠리고 두 손바닥을 박자따라 마주치는 손뼉 소리가 힘찼다. 얼굴엔 마냥 꽃피우는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가평군 노인복지관, 가평읍 읍내리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3층 주홍빛 벽돌건물의 이 노인복지관은 가평 노인분들에겐 한마디로 낙원이다.
지난 9일 오전, (사)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 가평군지회 부설 노인대학 120여명의 노인학생들은 정신건강 관련의 특강 수업을 이렇게 마치고 푸짐한 경로식사를 즐겼다. 반찬 중 돼지 머릿고기는 고사를 지낸 것이다. 이날은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와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의 추천으로 노인복지관에 (사)한길봉사회경기도지부 가평군지회가 설립되어 ‘경로식당 무료급식소’가 문을 연 첫 날이다.
1층 식당은 현대적 시설의 주방과 더불어 10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정도로 자리가 넓은데도 번갈아 앉아야 할 만큼 붐볐다. 한길봉사회가평군지회는 앞으로 매주 월·수요일 점심시간이면 이같은 무료 경로급식을 인원 수에 관계없이 갖게 된다.
점심시간에 앞서 강당에서 가진 ‘경로식당 무료급식소 개소식’에는 양재수 가평군수가 참석, 격려의 말을 해 주어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희형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장 등 노인회 간부들은 물론이고 많은 지역 유지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이날을 자축했다. 인사하기에 바쁜 조규구 한길봉사회가평군지회장은 경로식당을 사비로 꾸려 가야하면서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여 물었더니 대답이 소박하다. ‘뭘 바라거나 딴 욕심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주는 기쁨은 주지 않아본 사람은 모른다’고도 했다. 이런 일은 돈도 돈이지만 돈의 여유보단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양재수 군수의 부인 김남선여사, 황용선 부군수의 부인 한성화여사도 경로식당을 찾았다. 두 분은 이를테면 비공식의 평상복 차림으로 찾아 주방과 식당 등을 둘러보고 자원봉사 어머니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위로했다. 이존하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장, 이지현 한길봉사회경기도회장 또한 개소식 참석에 바쁜 일정을 보냈다.
가평군노인복지관은 한마디로 군에서 노인복지에 갖는 강한 관심이 역력해 보였다. 1층부터 3층까지 꽉찬 각종 시설은 의욕이 충만했다. 상담실 휴게실 오락실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샤워장 서예실 종이접기교실 컴퓨터교실 실버 이·미용실 도서실 공동작업장 등 실로 다양한 시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충격이었다. 때마침 종이접기교실에선 강의가 있었고 서예교실에서는 자습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체력단련실은 10여종의 기구가 잘 갖춰졌다. 특히 서예교실은 초·중·고급반이 있는 가운데 옛 한문 명구를 써 자신의 아호에 낙관까지 찍어 노인휘호대회에 출품시켜 입상한 작품이 복도에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는 이밖에도 원예치료 미술교실 장구교실 한국무용 영어나라 볼륨댄스 태권무 당구교실 등 사회교육생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국내 노인인구의 7% 기준인 고령화사회를 이미 훨씬 지나 14% 기준의 고령사회를 불과 수년 앞두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선 노인문제가 참으로 절박하다. 더욱이 우리는 고령화사회 준비가 선진국처럼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고령사회로 급격히 치닫는 과속 현상은 많은 난제를 안겨주고 있다. 국민이 살기좋은 사회복지는 종국적으로 노인문제 해결이 사회복지의 가치척도가 되는 관건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노인문제가 절박한 것만큼 중앙정부 시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도 지방재정이 열악한 가평군이 노인문제에 이만한 관심을 갖는 건 그 자체만 해도 평가할만 하다. 여기에 ‘경로식당’ 개소는 가히 금상첨화다. 지세가 산자수명해서일까, 어려운 가운데나마 그래도 가평군 노인 분들은 복받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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