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영어마을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정모 도의원이 영어마을 확정 이틀 전에 인근 토지를 매입하려 했었던 사실에 대해 주민들의 분노는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으로 번지고 있다.
뜻 있는 지역 인사들은 정 의원의 이번 경우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지도층의 Moral Hazzard(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 의원이 지역 재산가로 알려진데다 철도자갈채취장 인근 토지 등 개발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줄곧 매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는 상황 착오에서 발생한 실수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땅투기 의혹이 알려지면서 양평군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고 지역사회에선 정 의원의 정치생명에 회복될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영어마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남편 없이 혼자 힘들게 사는 주부에게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도덕적 사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신의 잇속 챙기기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오판한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영어마을이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될 수 있도록 심혈을 쏟았고 확정 이후 자신의 치적으로 자부하며 총선에 활용했다는 비난도 면치 못하게 됐다.
만약 서민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별다른 파장은 없었을듯 싶다. 문제는 이 행위 당사자가 사회 지도층 인사이자 공인이라는 점에 있다.
늘 정치적 소신을 외치며 앞으로 치뤄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야망을 내비친 정 의원의 이번 땅투기 의혹은 자신이 쌓아온 정치기반과 정치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스스로 불러 왔다는 점에서 일파만파의 반향이 예고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어느 정도 상향 조정돼야 하는지 반증한 셈이다./조 한 민 (제2사회부 양평)
hm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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