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대통령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래의 역사 전진이 언제까지 과거의 족쇄에 묶여야 합니까. 좋습니다. 끝장을 내고 말겠다는 것 말입니다. 대선자금의 족쇄는 정말 넌더리가 나니까요. 정치판에 핵 폭풍이 닥쳐 빅뱅이 나건, 싹쓸이를 하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썩을대로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이니까요.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각오에 달렸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급수는 아니어도…”란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1급수는 아니어도 2급수에선 놀았기 때문에 3급수의 잡어를 탓할 권리가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일찍이 논 물이 차별이 가능한 2급수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해도 다 오십보 백보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대통령께서 자신에게 먼저 가혹해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족쇄로부터의 완전 해방이 비로소 가능하니까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검찰수사 가운데 유독 최도술씨 비리 부문은 이해가 안갑니다. “눈 앞이 캄캄했다”고 하신 말씀이 도대체 무슨 뜻이었습니까. 엄살 한번 또 피운 것입니까. 아니면 관련은 없어도 그토록 충격받는 양심을 건다는 것입니까, 뭡니까. 양심 때문이라고 믿을 민중은 별로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스스로 고해하는 용단을 갖는 것이 이 시대의 민중이 기대하는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세가지만 당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형사상의 특권에 대해서입니다.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대통령 재임 중 형사 소추가 불가한 지위로 인해 대선자금의 전면 수사가 불신받을 수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칼자루를 쥔 사람과 칼날을 쥔 사람의 승패가 뻔한 것과 같은 대선자금 수사가 되어서는 민중은 박수를 치기는 커녕 냉소를 보낼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결코 예외가 아닌, 그래서 재임 중이라도 조사받을 것은 받고 기소할 것이 있으면 퇴임후 재판을 받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사법적·인적 청산보단 정치개혁에 의한 인적청산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썩어 문드러진 정치꾼들을 다 감옥에서 썩게해도 시원치 않은 감정이지만 그럴 수도 없지 않습니까. 무엇 묻은 것이나 뭐 묻은 거나 그게 그것이니까요. 완전선거공영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구당 폐지 및 중앙당 기구축소 등 이런 얘기는 전부터 나온 것이긴 하나, 재론되는 정치개혁의 방향은 제대로 틀을 잡고 있습니다. 돈 덜 드는 정치, 불법 정치자금을 엄단하는 정치제도 개혁은 이밖에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이런 제도적 장치에 의한 정치개혁으로 물러가야할 정치꾼들은 점차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을 갖습니다. 사법적 조치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제도적 청산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만약 정치제도의 개혁이 병행되지 않거나 또 대통령께서 형사상 특권에 안주하는 대선자금 수사가 되어서는 정치 보복이란 비난을 듣기 십상인 사실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대체 언제까지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 추악한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전망있는 미래를 화두에 올리고 싶습니다. 대선자금 수사는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정치제도의 개혁 또한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내년 봄 총선부터는 새로운 제도에 의해 새로운 역량을 결집하는 선거가 실시되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정치권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길 일만이 아닌 이 또한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우리에겐 시일이 없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아마 경쟁국의 사흘과 맞먹을 만큼 모든 실정이 절박합니다.

세번째 당부는 이래서 정치 얘기보단 우린 장차 뭘 먹고 살 것인가 하는, 잘 살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얘길 대통령께서 앞으로 많이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뜬구름 잡는 말잔치 얘기가 아니고 신뢰가 객관화된 정책으로 말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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