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의 자세

민선 3기 손학규 호가 출범한지 어느 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손 지사는 오랜 의정활동으로 행정력이 뒤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취임초부터 월례조회 및 실 국장회의 등을 통해 공무원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도내 공무원들은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과 자율을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행정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도내 공직사회가 너무 이완됐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복도통신(?)과 휴게실 등 청내 곳곳에서 들여온다.

그 중 하나가 도의회에 제출한 집행부의 예산액과 결산액 불일치로 인한 의회와의 갈등 초래다. 지난 1일 집행부가 도의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한 지난해 결산안이 일부 사업의 이중 계상 등으로 예산서와 총액에서 18억원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이를 놓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예산액과 결산액이 어떻게 틀릴 수 있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관련부서인 예산담당관실과 회계과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까지 보여 동료 직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샀다.

예산편성과정에서 개발기금을 일반회계에 계상한 것은 예산담당관실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집행후 결산과정에서 이중계상된 금액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채 도의회에 승인을 요구한 회계과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관련 일부 직원들은 “예산 및 결산업무가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 징계는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도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사과로 결산안이 심의 보류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역시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의회 곳곳에서도 집행부의 행정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자율적 분위기는 어느덧 자신의 일처리에만 신경쓰고 실·국간 업무 협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해 업무 추진력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행정업무 가중도가 이젠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라는 위로의 말도 나오긴 했지만 이번 도의 실수를 완전하게 희석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은 도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공복이다.

따라서 업무 누적으로 인해 실수는 할 수 있다 손 치더라도 실수에 대한 책임회피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공무원이 처음 공직에 몸담을 때 선서했던 봉사의 각오와 자세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거듭나는 경기도청 공무원들을 기대해 본다. /김 창 학 정치부 차장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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