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공식 방법의 후원금은 수년 전에 생긴 제도다. 지하 방법으로는 수뢰 및 이권개입이 있고 이밖에 부동산 투자(투기)도 있다.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는 준지하 방법이긴 해도 세금을 다 내고 재산을 증식한 것이라면 굳이 탓할 건 없으나, 그 과정이 대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정치를 오래한 정치인 치고 이래서 과거로 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을 부단히 제기받지 않는 정치인은 드물다. 털면 먼지가 날 것으로 보는 사회적 눈이 그만큼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오래한 분이다. 후보 땐 돈이 없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그의 지지층은 돼지저금통들을 만들어 선거자금을 대주었다. 눈물겨운 돈들이다. 대통령은 (어제 특별기자 회견에서) ‘선거자금의 약 절반을 돼지저금통으로 충당하였다’고 말했다. 그 자리는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땅 때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로 문제의 진영 땅은 살 때 3억원을 대긴했지만 (생수사업으로 형님 돈을 갖다 써서) 노건평씨 땅이라고 하였다.
정치를 하기위해 땅을 사봤고 또 장수천(생수) 사업도 해보았지만 다 (손해 보아) 실패하였다는 것으로 들었다. TV로 생중계 되어 많은 시청자들이 들은 대통령 말대로라면 아무 의혹이 있을 수 없다. “부정이나 있는 것처럼 (신문에) 계속 나오니까…”라며 일부 신문보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내용의 핵심적 실체에 직접 접근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해명을 불신할 구체적 근거를 찾을 순 없다. 믿긴 믿어야겠는데 그래도 12억원의 경락대금 출처 등 뭔가 미진하다.
대통령 회견이 있던 날 아침까지도 일부 신문은 의혹을 제기했다. ‘진영 신용리 임야 8700평 매매과정 의혹-계약서 왜 실제거래 2년 후 작성했나’ ‘盧 대통령 진영 땅 언급 일관성 없어-93년 재산공개 땐 내 땅, 해양장관 땐 신고 안해, 관훈클럽선 ‘ “줄곧 소유”, 작년말 “92년부터 형 땅” ’ ‘ “진영 땅 2800만원에 팔았다고 밀고 나가라” 건평씨, 전 소유자에 전화’ 등등 이외에도 또 있다. ‘조·중·동’ 등 (일부 신문)은 벌써 일주일 넘게 이렇게 대서특필하고 있다. 만약 오보라면 엄청난 부담이 돌아올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특별회견은 맥없이 끝났다. 막상 ‘조·중·동’ 기자는 (일부러 질문을 안했는지, 못했는지) 질문도 않고, 질문을 한 춘추관 몇몇 기자 중엔 맹탕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가 있었다.
대통령의 해명을 받쳐 줄 핵심 제기가(질문으로) 있어야 해명의 설득력이 살든지 말든지 할 터인데도 이런 게 없어 일반통행(회견)이 되어 결국 진영 땅 의혹은 더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시청자들 중엔 이런 것을 느낀 사람은 많았을 것 같다. 시골에서 그냥 지내는 단순한 촌부로 여겼던 건평씨가 행세하는 땅부자가 아닌가 하는 점과 대통령의 재산이 알고 있었던 것보단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생각하면 참 이상하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는 초장엔 잘 나갔다. 파장에 가서 엉망이 되어 그랬지 초장 판세는 썩 좋았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초장부터 삐거덕 소리가 요란하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는 반대로 파장에 가서 잘 되려고 그러는진 모르지만 당장 당하는 국민은 불안하다. 진영 땅만 해도 그렇다. 아무 잘못이 없다니까 더 할말이 없지만 만약 크든 작든 문제가 있었다 하여도 고해성사하는 결단을 보였다면 사회감정은 능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치자는 모럴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편하게 해줄 줄 아는 치자는 경륜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덕도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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