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지학교의 눈물젖은 졸업식

바야흐로 졸업식 시즌. 파주시청에서도 차로 한 시간을 더 가야하는 휴전선 아래 오지학교 어유중학교(교장 김진현)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총 재학생 36명중 14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어유중학교의 졸업식장은 다른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감동 그 자체였다.

신입생이 계속 줄어 한동안 폐교가 논의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졸업식인지라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감회에 젖어 눈물지었고, 3년의 성상을 인내하고 어엿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졸업생과 선배들을 떠나보내는 후배들도 안타까움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는 옷을 찢고 밀가루 세례를 퍼붓는 등 도시 학교의 졸업식과는 거리가 먼 순수함이 돋보여 더 가슴 뭉클했다.

어유중학교는 파주시 최북단 임진강변에 위치한 초미니 학교다. 이 학교는 한국의 최오지 휴전선 부근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학생의 인성교육과 특기교육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특별활동 및 특기·적성교육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영어교육의 활성화를 학교의 특색사업으로 추진,지난해에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영어연극 및 영어노래부르기 축제’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교육활동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우수교육 교육감 표창, 과학상상 그림그리기대회 최우수, 파주시민 작품공모전 산문부 입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고 졸업생 전체가 의정부여고 및 의정부공고(전교 2등) 등 명문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하였다.

그러나 오지 학교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어유중학교와 같은 오지 학교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오지 학교를 폐교하지 말고 대신 투자를 강화하여야 한다. 오지 지역에서는 학교가 지역의 문화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식하여 오지 학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 대도시 중심의 문화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지역문화 창달이라는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딘들 우리 국토가 아닌 곳이 있는가. 대한민국 어딘들 우리 국민이 아닌 사람(학생)이 있는가. 오지 학교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때에만 지역·계층·세대간의 화합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학교는 물론 교육계, 일반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주어야 하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국토의 한 자락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많은 이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어유중학교 졸업생 대표의 눈물젖은 졸업식 답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존경하는 선생님! 언제나 사랑해 주시고 열심히 저희를 가르쳐 주시고, 저희와 함께 뛰어주신 선생님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 그때는 왜 그리도 철이 없었는지요. 그때엔 선생님의 꾸지람이, 충고가 왜 그리도 싫었는지, 저희를 위한 것이란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청개구리마냥 말썽이 잦았던 저희가 비뚤어질세라 항상 염려해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3년의 중학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고등학생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불안한 마음도 상당하지만 강인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시는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어유중학교 졸업생들이 졸업식장에서 보여준 진실과 순수, 그리고 지난 3년간 어유중학교에서 갈고 닦은 교훈 ‘성실과 정직’으로 자기 분야에서 우리 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인물로 자라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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